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칸테 Apr 10. 2021

폴로네이즈가 다 피아노곡은 아니란다

쇼팽-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이번 곡은 제목과 작곡가만 보면 악기 착각하기 겁나게 좋다. 피사모 명예회장 쇼선생님답게 히트작이 죄다 피아노 곡이고 폴로네이즈 하면 쇼선생님밖에 안 떠오르기 때문이다. 오죽 피아노곡을 많이 지어댔으면 쇼팽 콩쿠르는 쇼선생님 지정곡만 연주해도 남을 지경이잖아?


그래서 나는 작곡가 이름이 붙은 콩쿠르는 항상 그 작곡가의 작품만 연주해야 하는 줄 알았다. 국제 콩쿠르라곤 쇼팽 콩쿠르밖에 몰랐으니까 그랬던 거지 지금 다시 보면 이불을 천장까지 날려 보낼 생각이다;; 1호 최애에게 입덕하고 차이콥스키 콩쿠르 연주 영상을 보고 나서 쇼팽 콩쿠르가 특이한 대회라는 점을 깨달아 다행이지 뭐야.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오자면 피사모 명예회장인 쇼선생님도 피아노용 곡만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 악기라곤 피아노밖에 안 배운 나도 다른 악기 곡을 안 듣지는 않으니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클알못들이 알면 띠용할 만하다. 사람이 밥만 먹고살 수 있나, 빵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어야지(??)


쇼선생님의 차애악기는 첼로다. 바이올린처럼 고음 쨍쨍으로 뇌내회로 꼬임을 유발하지 않고 관악기처럼 속도의 한계로 관객 복장 터져 증후군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아노러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다른 악기가 첼로 소리라는 점은 쇼선생님도 똑같나 보다.




https://youtu.be/YZBfU79sdhg

2014년 3월 줄리어드 폴 홀 | 조윤경 | 첼로댁 

첼로 연주는 장한나 선생님 다음으로 첼로댁님 영상을 많이 듣는다. 고딩시절 알고리즘에 걸려 입덕한 이후 짧고 굵은 첼로곡들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씩 들어보니 생각보다 눈꺼풀이 많이 하강하지 않았다. 낮은 소리+현악기라는 특성 때문에 늘어지는 곡만 있어 눈꺼풀 부착 현상 유발 악기인 줄 알았는데 오해였군. 


첼로댁님도 2010년대 후반에 불어온 너튜브 콘텐츠 열풍을 타고 일상 영상과 크로스오버 연주를 업로드해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장년 구독자들이 많아 올드 가요와 팝 연주가 많지만 하나쯤은 아는 곡이 있을 테니 클릭해보길 바란다.



https://youtu.be/xaDfmhYtdJo

2012 예술의 전당 청소년 음악회- 실내악 음악여행 | 첼로- 김민지, 피아노- 오윤주 | 예술의 전당 유튜브

클래식 음악 치고는 분위기가 밝고 러닝타임도 짧은 단독 소품이라 클알못 대상 음악회에도 나왔다. 보통 연주회에서 많이 다루는 소나타나 협주곡은 악장으로 나눠져 축축 처지는 2악장 듣다가 관객 숙면 현상 일어나기 딱 좋다. 클잘알들도 그런 곡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듣다가 눈꺼풀이 하강하는데 클알못은 안 봐도 넷플릭스다. 예당 11시 콘서트를 긴 작품은 한 악장만 연주해서 짧게 다양한 곡으로 구성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다른 쇼선생님 작품과 달리 중간까지 들으면 어깨 둠칫 둠칫 유발 구간도 있다. 원래 쇼선생님은 암울 모드로 살다가 40대에 인생을 하직해 왈츠곡이 아닌 이상 죄다 우울모드 세팅 분위기라 눈꺼풀 부착 현상에 최적화된 점과는 대비되는 특징이다.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는 쇼선생님이 피아노 곡만 작곡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공연장의 귀호강 숙박업소화도 막을 수 있어 클알못 대상 음악회에 경기도 안성맞춤이다.




https://youtu.be/0MDiqS63b94

반전포인트는 피아노 독주곡급으로 복잡한 반주 파트다. 보통 피아노가 다른 악기와 함께 무대에 오를 땐 홀로 연주할 때보다 악보가 단순해 주인공 악기를 더 돋보이게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쇼선생님은 현악기 관악기 곡에서도 피사모 명예회장 기질을 못 버려 반주자 골머리 터지는 반주를 작곡하셨다ㅡㅡ 이런 반주라면 피아노 혼자서 연주해도 아무도 어색해하지 않을 듯.




https://youtu.be/oDmuDU1V1kw

첼로-Steven Isserlis, 피아노- Dénes Várjon | 2017년 녹음 | Classical Music Masterpieces

쇼선생님의 최애 피아노인 플레옐과 동년배인 피아노로 연주하면 이런 느낌이다. 클래식 음악계의 본고장에는 현대에 개량된 악기가 아닌 그 시절 그 악기로 연주하는 시대 연주가 세부 장르로 분리되어있다. 클알못에겐 예스러운 악기로 연주하는 똑같은 음악 같지만 연주 방법이 꽤 다르니 주의하자. 어디 가서 저런 악기 만져볼 기회가 있다면 소중한 통장 잔고를 생각해 마이폰처럼 다루자.

매거진의 이전글 합주 하나로 불륜의 소용돌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