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진 성악곡이라곤 이탈리아와 덕국 프헝쓰제 작품만 들어 한국산 가곡은 멀리했다. 한국산 가곡들은 보통 중장년 클덕들의 애창곡이라 젊은이 접근금지 포오쓰를 폴폴 풍기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몇 달 전 옥상집 시즌 2 2화에 알흠다운 가사로 젊은이 클덕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역시 방송의 힘은 위대해.
황수미 & 헬무트 도이치 듀오 콘서트 | KBS 클래식
성악곡 하면 빠질 수 없는 투 수미 중 황수미로 시작해보자. 저 듀오 콘서트가 의외로 곡이 다양하게 나와서 성악곡 글 쓰다 보면 한 곡 정도는 얻어걸리게 되어 있어서 겁나 유용하다. 듣다가 작곡가님을 알현하지 않을까 겁이 나겠지만 요즘 올리는 영상들은 작품별로 악장별로 영상을 나눠서 올려주니 눈꺼풀 부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분위기만 봐서는 버터 잔뜩 바른 이탈리아 가곡과 정직한 발음의 독일 가곡만 부를 것 같지만 저 연주회에서 한국 가곡도 꽤 불렀다. 요즘 클래식 음악계의 트렌드가 자기만의 개성을 팍팍 드러내기인 데다가 성악은 한 술 더 떠 민족의 얼(?)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국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은 박혜상 소프라노도 첫 앨범에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를 넣은 걸 보면 한국 가곡이 외국 클덕들에겐 참신한 소재인가 보다. 그러니 외국에 살고 있다면 공중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모국의 문화를 마음껏 소개해보자.
팬텀 싱어 시즌 3 1회 | JTBC Entertainment
옥상집 이전에 성악곡의 대중화를 이끈(?) 팬텀 싱어에도 빠질 수 없었다. 뉴질랜드 옆 피지 최초의 성악가도 첫 무대에서 선보여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눈물 쪼록을 이끌었다. 무엇을 하든 내 집단에서 없는 길을 만들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생을 다 하기 마련인데 그 많은 고난을 떨치고 일어선 게 놀라울 뿐이다. 정 선생님들도 파릇파릇하던 시절에 전쟁 빈민국 출신이 감히 우리 귀한 문화를 넘봐? 하는 견제를 받았으니 우리도 올챙이 시절은 잊지 말길 바란다.
인종차별당하기 싫으면 나부터 하지 말자.
2020년 1월 해피 또모콘 | 김예진 소프라노 | 예진 JINNY
클래식 덕후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또모에도 나왔다. 음대생 동기 선후배들로 또모를 꾸려나가던 시절 최초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출연진들이 모두 너튜브 스타가 되었고, 성원에 보답해 자체 공연을 열었다. 창립멤버들이 대부분 피아노 전공이라 피아노 콘서트겠지 싶겠지만 다른 악기 전공자들도 꽤 나와서 그런지 중주와 성악도 선보였다.
아쉽게도 또모가 판이 커지면서 소소하게 나오던 인기 멤버들은 자취를 감춰 그때만의 재미는 사라져 버렸다. 또모가 이 정도로 유명해질지 몰라 부담스러워서 출연을 중단했다고 한다. 지금은 다른 너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니 찾아가 보자.
다행히 많은 구독자들이 걱정하는 불화 문제는 아닌 듯.
이해원 소프라도 | Artists’Card studio
제목과 가사 때문에 연애 경험이 있어야 곡을 완성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기도 쉽다. 하지만 모태솔로 작가도 손발을 소멸시킬 수 있는 연애 만화 소설을 짓는 걸 보면 창작 능력과 연애 여부는 별로 상관없다. 오히려 주변의 책임성 0% 오지랖과 창작물의 왜곡된 환상에 판단력을 상실하면 시간 낭비 감정 낭비하기 경기도 안성맞춤이니 신중히 생각하고 만나자. 아무나 만나다가 인생 피곤해지는 것보단 낫다.
그리고 사랑에는 남녀 간의 사랑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아닌 반려동물을 사랑할 수도 있고 취미나 학문(?)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사랑을 오글거리거나 연애 못 해서 핑계 댄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주위에 한둘은 있겠지만 무시하길 바란다. 남들 좋다는 이야기에 휩쓸려 내면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이 없다. 인생 하직하기 전에 내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꼭 찾아보길 권한다. 그게 꼭 이성이 아니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