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으로 풀어 본 버킷리스트
"결정 잘 못하겠어요"
"선택장애가 있어서요"
"실행력 없어서요"
그런 말속에는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무엇을 잃지 않을까,
어느 쪽이 나중에 덜 후회될까,
우리는 매 순간 그렇게 선택의
셈법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적으로 공식을 만들어서
풀어보겠습니다.
선택의 공식
= (기대이익 × 기대의 크기)
– (불확실성 × 수치화된 피하고 싶음)
기대가 크고 뚜렷하면 사람은 움직입니다.
반대로, 불확실성과 꺼림칙함이 커지면
익숙한 자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도전하고,
누군가는 주저앉습니다.
몇 해 전 상담실에 찾아오셨던 근로자분이 생각납니다.
“수익 난 주식은 금방 팔 수 있었어요.
근데 손실 난 주식은…
도저히 손이 안 가더라고요.
지금 팔면, 투자에 실패한 거잖아요.”
그가 들고 있던 주식은
기업 자체의 리스크가 이죽 큰 종목이었습니다.
재무구조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고,
다음 해에 디폴트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죠.
논리적으로는 팔아야 마땅했습니다.
정보도, 데이터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결국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다시 공식으로 돌아가서
선택의 공식
= (기대이익 × 기대의 크기)
– (불확실성 × 수치화된 피하고 싶음)
지금 팔아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은 크지 않았습니다.
손실을 확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으니까요.
반면, 불확실성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훨씬 컸습니다.
매도하는 순간, ‘내가 틀렸다’는 결과와 마주하게 됩니다.
손실 자체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버거웠던 겁니다.
계산은 끝났지만, 선택은 멈췄습니다.
이처럼 많은 선택이 논리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결과의 무게’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 무게가 버거우면, 사람은 그대로 멈춥니다.
이런 사례 말고도
회사를 그만두려다 다시 월급날을 기다리는 사람,
끝난 관계를 붙잡고 있는 사람,
새로운 기회 앞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사람.
그들은 ‘더 나은 쪽’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그 선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은 분명히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대이익이 지금의 불확실성과 불편함을 이겨낼 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 내가 더 크게 느끼는 건 무엇인가요?”
기대인가요, 아니면 회피하고 싶은 마음인가요?
선택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나를 더 강하게 이끌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 힘을 인식하지 못하면
늘 지금을 지키는 쪽으로만 기울게 됩니다.
선택을 잘하는 사람은
정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 안의 무게중심을 아는 사람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지,
그 기울기가 지금 자기가 진짜 원하는 삶과
같은 방향인지, 다른 방향인지
잠깐 멈춰 확인할 줄 아는 사람.
그게 선택의 품질을 바꾸는 힘입니다.
최근 참여하고 있는 교육과정의
주임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버킷리스트 100개를 적어오세요.”
하나씩 적다 보니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소망 정리가 아닙니다.
내 안에 묻혀 있던 ‘기대이익’을 밖으로 꺼내는 일,
그리고 그 기대의 크기를 스스로 키워보는 과정입니다.
사람은 기대가 커질수록 움직입니다.
희미하던 생각도 구체적인 말이 되는 순간,
그저 그런 상상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의지가 됩니다.
버킷리스트 100개는
그 자체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기대이익과 기대의 크기는 곱하기입니다.
그중 하나라도 ‘0’이 되어버리면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결과는 0이 됩니다.
기대는 있는데 실제로 얻을 게 없거나,
얻을 게 확실한데 전혀 끌리지 않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는 일은
단순한 나열이 아닙니다.
무엇이 내 안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는지를
스스로 수치화해 보는 실험입니다.
‘어떤 걸 하고 싶은가?’에서 멈추지 말고,
‘그게 내게 얼마나 중요한가?’까지 들어가 보는 것.
그게 결국
실행 가능한 삶의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