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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May 30. 2022

열차가 이어준 일행

태국 +day4 : 후아람퐁역 (방콕)



후아람퐁역
Hua Lamphong Railway Station
2017. 12. 03


아유타야로 떠나는 열차는 아침부터 만석이었다. 20바트의 요금으로 승객을 나르는 객차에는 지정석이 없었다. 앉을 자리는 1초라도 먼저 탑승한 이들의 몫이었다. 자리 경쟁에서 밀린 승객들은 의자 귀퉁이에 슬며시 등을 기대거나 손잡이를 잡았다.

이런 사정을 모르던 나는 티켓에 적힌 숫자를 좇아 3호차 74번 좌석을 찾아갔다. 마지막 객차, 맨 끝 자리였다. 73번 아주머니가 소파에 누운 자세로 두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마침 졸고 있는 얼굴에는 고단한 주름이 잡혔다. 74번까지 삐죽 튀어나온 다리가 거슬렸지만 말을 꺼내기가 무안했다.

머리를 긁적이다 건너편의 여자분과 눈이 마주쳤다. 이름은 ‘푸페’. 조카로 짐작되는 아주머니의 일행이었다. 푸페에게서 알람 같은 쓴소리가 나왔고 번뜩 잠에서 깬 아주머니는 74번 자리를 비워냈다. 거기 합석한 나는 열차가 멈출 때까지 푸페 일행의 관심을 받았다.

아유타야에 도착하면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사람들. 혼자 다니는 나에게 마음이 쓰였나 보다. 어쩌지, 어쩌지 되뇌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거꾸로 매달린 선풍기가 빙빙 돌면서 더운 공기를 식히고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푸페의 인상에서 풍기는 선한 기운을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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