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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Sep 05. 2022

돈까스 말고 슈니첼

알프스 +day2 : 로텐부르크 맛집 알터 켈러 (독일)



알터 켈러
Restaurant Alter Keller
2018. 09. 22


돈까스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기름지고 퍽퍽한 데다 삼킬 때마다 목메는 식감이 메스꺼워서다. 독일식은 그것과 다르지 않을까. 몇 안 되는 전통음식이기 하고 이름부터 ‘슈니첼’이니까. 발음도 맛있게 읽혀서 침이 고였다.

손에 꼽는 맛집일수록 골목에 숨어있다는 공식이 독일에서도 통했다. 로텐부르크에서 찾은 레스토랑 ‘알터 켈러’가 그랬다. 오래된 공간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음식을 만든다. 통나무로 기둥을 단단히 세운 실내에는 중세의 시간이 괴어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벽에 걸린 옛 그림과 흑백 사람들, 창가에 늘어놓은 앤티크한 소품까지. 낡은 물건에게서 과거의 기품이 묻어 나왔다.

전통복을 갖춰 입은 웨이터가 주문을 받았다. 양송이버섯 크림소스를 버무린 ‘예거슈니첼’과 음료는 ‘애플주스’로 선택했다. 쌀밥이 없는 식단이라서 양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테이블 위로 올라온 접시는 너비부터 푸짐했다. 슈니첼 두 덩이와 프렌치프라이가 담겼는데 주방장의 굵직한 손길이 느껴졌다. 갓 튀겨낸 슈니첼에서 구수한 김이 피어올랐다. 살포시 얹은 버섯 소스는 노릇한 튀김옷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슈니첼에 나이프를 가져다 대자 고기가 부드럽게 썰리면서 두툼한 감촉이 전해졌다. 느낌이 좋았다. 먹음직한 조각 하나를 포크로 콕 집어 입에 물었을 때는 더 좋았다. 고기가 씹히는 질감과 튀김옷의 바삭함, 버섯 소스의 부드러움이 각자의 선을 지키면서 한데 어우러졌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고 순한 맛. 아기가 먹는 음식처럼 분유에서 풍기는 포근한 맛이 났다. 돈까스와는 다른 결. 그런 슈니첼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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