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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Sep 19. 2022

종이 울리는 광장으로

알프스 +day2 : 로텐부르크 시청사 전망대 (독일)



로텐부르크 시청사 전망대
Rothenburg Rathausturm
2018. 09. 22


정각마다 종이 울렸다. 은은한 감도로 마을을 휘도는 소리를 뒤따랐다. 비좁은 골목이 트이자 시청사가 나왔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고개를 들고 있었다. 같은 방향, 같은 높이였다. 시선이 끝나는 지점에 시계탑이 보였다. 분침이 XII를 가리켰고 벽 안에 숨어있던 인형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짤랑이는 리듬에 맞춰 짧은 재롱을 부리는데 귀여웠다.

잦아드는 종소리에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인형들. 다시 만나려면 시침이 다른 숫자에 닿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 사이를 참아내기란 어려웠다. 시청사 안으로 들어가 시계탑으로 연결되는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꼭대기에 다다르자 인형은 없었고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레고 블록처럼 축소된 집들은 인형의 집보다 더 인형의 집 같았다. 가까이 있던 현실도 멀리서 보니 동화가 된다. 로텐부르크 말고 서울도 그럴까. 시야가 각박해질 때면 높이 올라야겠다. 시계탑의 인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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