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day3 : 잘츠부르크 / 논베르크 수녀원 (오스트리아)
논베르크 수녀원
Stift Nonnberg
2018. 09. 23
수녀원을 오가던 사람들이 흘리고 간 소리를 주웠다. 귀에 익은 멜로디였다. 제목은 모르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곡이 틀림없었다. 노랫말에 도드라진 목소리가 마리아였으니까. 주인공이 머물던 수녀원에서 그가 불렀던 음악을 꺼내어 듣는 일. 사람들은 아주 낭만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추억하고 있었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수녀원은 정문과 후문을 아무에게나 열어두었다. 어느 문으로 들어와서 나가든 방향은 자유였다. 나는 후문을 기점으로 삼았다. 수녀 생활을 접은 마리아가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섰던 문이라서다. 영화를 되감아 보듯 수녀원을 뒤에서 앞으로 되밟았다.
정문으로 이어지는 코너를 돌자 공동묘지가 조성된 통로가 나왔다. 성인들을 기리는 묘지였다. 무덤 위에 꽃이 자라서인지 화단처럼 느껴졌다. 고이 잠든 이를 기리는 마음씨가 성스럽게 피어오른 모양이다. 삶 가까이 죽음이 교차된 공간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다.
담장을 비집고 들어온 수풀 사이로 햇살이 쏟아졌다. 수녀원 바깥으로는 산책로를 에워싼 나무들이 그늘을 내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느 가족이 보였다. 들리지 않는 이야기 너머로 알프스가 펼쳐졌다. 만년설이 쌓여있는 산맥은 눈이 시릴 정도로 또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