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day4 : 할슈타트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Hallstatt
2018. 09. 24
비와 사람을 피하기에 성당이 적당했다. 비어 있는 예배당에서 숨을 고르는 일이 밖을 나도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다. 발을 딛는 게 미안할 정도로 할슈타트의 부지는 현지인이 살기에도 비좁았다. 평지라곤 호숫가 주변의 보행로가 전부였다. 마을의 중심인 성당을 시작으로 비탈진 언덕이 이어졌다. 조그마한 집들이 계단 형식으로 촘촘히 지어졌는데 마치 절벽에 매달린 것처럼 위태롭게 느껴졌다. 그 어느 집에서도 사람 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만이 인기척을 대신할 뿐이었다. 집과 집 사이의 간격이 좁아서인지 이웃 끼라도 조심히 지내자는 분위기였다. 사정을 모르고 보행로를 차지한 외지인들은 할슈타트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음을 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집들의 창이 나 있는 방향이었다. 모두가 드넓은 호수와 알프스 자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좁은 마을에서 여유를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창문을 여는 일. 비가 그친 자리에 오늘은 무지개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