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덴 Nov 21. 2022

산세가 깊어진 자락에

알프스 +day5 : 베르히테스가덴 마리아게른 (독일)



마리아게른
Maria Gern
2018. 09. 25


람사우행 버스를 놓치고 마을을 헤매던 중이었다. 기대했던 앞산의 봉우리도 구름에 가려 만년설을 숨겼다. 한참 시선을 두었지만 날이 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어긋난 일정을 푸념하긴 싫어서 발이 닿는 데로 걸었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모호해질 즈음 정류장 하나가 나타났다. 기다리는 승객이 있었고 그 앞에 곧 버스가 멈췄다. 노선이 적힌 표지판을 확인할 겨를 없이 문이 열렸다.

“마리아게른?” 터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는 곳이었다. 람사우와 겨루다 일정에서 넣고 빼기를 반복했으니 모를 리 없었다. 목적지를 되묻는 기사님의 친절에 확신이 생겼다. 이 버스는 타야겠다고. 그녀는 새까만 선글라스를 끼고도 미지의 길로 척척 버스를 몰아갔다.

산길을 달릴 때 수풀이 바람에 엉겼다. 산세가 깊어졌고 산 중턱에 자리한 마리아게른이 보였다. 거대한 알프스 자락이 품은 자그만 교회가 투명한 나날에 꾸었던 꿈을 상기시켰다. 오후 3시의 볕이 교회 주위를 비추며 채도를 높였다. 때마침 구름이 비킨 자리에 새파란 하늘이, 푸르른 들판이, 선명한 건물이, 여행의 기록 중에 가장 뚜렷한 잔상을 새겨냈다.


























































































































작가의 이전글 메아리 치는 산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