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 +day3 : 환수공원 (도야마)
환수공원
Kansui Park
2023. 5. 2
구름 한 점 없이 맑다는 일기예보에 다시 알펜루트를 거슬러 오를지 망설였다. 눈보라에 휩쓸려 보지 못했던 연못에 못내 미련이 남아서다. 스웨터를 집어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어제 입었던 옷이라 찝찝하기도 하고, 다시금 눈길을 밟으면 시리고 축축해질 신발의 불쾌한 감촉이 떠올랐다. 재산행을 감행할 자신이 없자 저절로 얇은 티셔츠에 손이 갔다. 이만 알펜루트는 종지부를 찍기로 결정하고, 봄 날씨에 걸맞은 가벼운 차림새로 도야마 시내 산책길에 나섰다.
도야마역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도보 10분. 인공으로 만든 호수 한가운데 붉은 벽돌로 교량을 쌓아 올린 ‘환수공원’을 방문했다. 3층 높이의 교각에 올라서니 수면 위로 떠있는 도야마 시내와,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다테야마 연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먼 산을 바라보다 지금쯤 투명한 연못에 설산이 비쳤을 절경을 상상하니 다시 오르지 못한 산행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다리를 건너 수변에 자리한 스타벅스에 들렀다. 명당이라 그런지 오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지었다. 인기 음료는 일본 한정 시즌 메뉴인 멜론 프라푸치노. 대세를 따라 나도 주문했다. 마침 호수와 교량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자리가 나서 거기 앉아 잠시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하필 어제 편의점에서 산 멜론빵을 프라푸치노에 곁들였다. 어느 게 빵이고 음료인지 구분할 수 없는 멜론의 맛이 입안에서 달달히도 뒤엉켰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산책시키는 집사들, 유모차를 끄는 부부들, 줄지어 걷는 유치원생들, 봄 소풍을 나온 남자 중고생들. 따사로운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완연한 봄 날씨 속에 환수공원은 나들이가 한창이었다. 이맘때 어린 시절의 나도 학교와 가까운 공원으로 소풍을 나왔는데. 나무 그림자가 지는 들판에 돗자리를 깔고 양반다리를 하고선 친구들과 둥그렇게 앉았었지. 그늘의 싱그러움을 느끼며 도시락으로 싸온 김밥을 오물거리던 그 순간이 그리우면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