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선 도매상의 100년 고택

추부 +day3 : 도야마 숙소 우치카와의 집 나고 (이미즈)

by 미니덴



우치카와의 집 나고
Uchikawano-ie Nago
2023. 5. 2


이번 여행에서 숙소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목적지와 가까우면 그만. 저비용으로 무난한 시설을 갖춘 곳으로 예약했으니까. 도야마 근교에서 적당히 고른 숙소였는데, 복권에 당첨되기라도 한 것 마냥 지불한 금액의 수배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집과 마주했다.

나를 결정적으로 이미즈시로 이끈 게스트하우스 ‘나고’는 해운업으로 번성했던 호조즈 지역의 100년이 지난 고택이다. 2층 높이에 여러 칸의 방과 거실, 주방, 욕실 등의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도 모자라, 잘 가꿔진 정원과 후원이 앞뜰과 뒤뜰에 딸려있었다. 전해 듣기론 환선 도매상의 소유였다던데, 과연 재력가의 부에 걸맞은 으리으리한 집이었다.

‘나고’에서 묵은 이틀 중 첫날은 숙박객이 나 혼자였다. 운 좋게 저택을 독차지한 그 하루만큼은 세상이 알아주는 성공한 인물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집은 크고 사람이 없다 보니 실내가 온통 썰렁했다. 첫발을 디딘 거실은 그늘이 져서 바닥이 식은 상태였고, 조금만 움직여도 날선 질감의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삐걱이는 나무계단을 올라 객실로 향했다. 매화, 눈, 달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된 방 중에 내가 머무를 객실은 ‘눈의 방’이었다. 어제 알펜루트를 건너서였는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쇠를 돌려 문을 열었다. 서향의 창으로 쏟아내리는 볕이 방안을 데우고 있었다. 거실과 다르게 훈훈한 온기가 감돌자 긴장이 풀렸다.

객실의 구조는 단조로웠다. 창호지를 바른 예스러운 창문이 남향과 서향으로 둘러졌고, 그 밑으로 텔레비전과 수납장이, 방 한가운데에는 좌식 테이블이 놓였다. 주황색 방석 네 개가 둘씩 짝지어 깔려 있었는데, 4인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는 여느 일본 가정집의 풍경과 흡사했다.

잠을 청할 때는 좌식 테이블을 구석으로 밀고 이부자리를 펴야 했다. 침대가 아닌 바닥에 몸을 누이니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할머니 집도 1층에 생활공간이 있고, 2층에 객식구가 머무는 큰집이었지. 집에 오자마자 한숨 푹 자라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근심 걱정 없이 눈을 붙였던 그 시절처럼 눈의 방에서 아주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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