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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y 17. 2016

타지마할 보러 갑시다

2006. 인도 ::: 아그라(타지마할)

                                                                                                                                                                                                                                                                                                                     

#1. 타지마할 보러 갑시다! - 미니양


오늘이 무슨 요일인 줄도 모르게 너무너무 X 1000... 고단했던 하루를 보냈다!!

델리에서 아그라로 향했다. 인도에 왔으니, 그래도 타지마할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델리관광청에서 예약해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었는데, 에어컨 버스라 기분 좋게 출발하는 듯 보였으나 나만 더운 운전석 옆이라 분함과 분노로 시작됐다. 운전석과 그 옆좌석만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자리;;; 더운 날씨에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화가 났지만 이윽고 기분이 풀렸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더운 기운은 금세 사라졌고,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 호기심 많은 인도 사람들.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하고, 말을 걸었다. :::





#2. 인도에서 만난 친절 - 미니양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아그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접근한 가이드한테 잘못 걸려서 150루피 뜯기고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참고로 델리 숙소 2인 1실 비용이 150루피였다.) 숙소는 관광청에서 비싼 돈을 줬으니, 당연히 좋았지만 가지고 있는 루피가 없었다. 


 다시 거리로 나가 시내로 가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있는 지도를 길잡이 삼아 길을 나서는데... 이상하게 걷고 걸어도 시내는 나오지 않았다.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한적해지고, 외곽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싸한 기운이 돌기 시작할 무렵, 가지고 나갔던 물도 떨어졌다. 땡볕 아래 수행자가 된 것처럼 계속 걷다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시내는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하지만 영어로 대화가 되지 않았고, 점점 동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은 서로 한 마디씩 거들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이야기 한 끝에 릭샤왈라 1명을 불렀다. 그리고 나에게 타라는 시늉을 했다. 돈이 없어 릭샤를 타지 못했던 것이어서 우리는 루피가 없다고 말했지만, 무조건 타라고만 했다. 릭샤는 한참을 달려 시내에 있는 맥도날드 앞에 내려주었다.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에 맥도날드에 들어가 루피를 해결하고, 얼음이 가득 든 콜라 한 잔을 사서 릭샤비용과 함께 릭샤왈라에게 건네주었다. 하마터면 낯선 곳에서 물도 없이 길을 잃어 큰일 날 뻔 한 나를 구해준 그가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20대 중반이었지만 이미 아이들이 있는 가장이라고 했다. 지금쯤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학부형쯤 되었겠지?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그 때의 고마움은 잊을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여행은 혼자 잘 다닌다고 해서 즐거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작은 도움들이 모여 더 큰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3. 타지마할에서의 즐거운 한 때 - 미니양


 에어컨 나오는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갈까 했지만 기왕 나온 거 타지마할을 보고 들어가기로 했다. 타지마할 앞에 도착했는데, 외국인은 현지인의 10배에 육박하는 입장료를 내야 했다. 게다가 밖에서 본 모습은 저 안에 타지마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대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모처럼 왔으니 들어가보자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들어서 문을 하나 지났는데, 거짓말처럼 눈 앞에 타지마할이 펼쳐졌다.


 너무 힘든 하루였지만 타지마할은 정말 멋졌다. 곱고 하얀 자태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늦은 오후라 노을이 질 무렵의 하늘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냈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의 결과물이라는 타지마할을 왜 사람들은 그토록 봐야 한다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을 즈음 인도 남자들이 다가왔다. 사진을 찍어달란다.  그래서 알겠다고 카메라를 건네 받으려는데, 찍어달라는 게 아니라 같이 찍자는 이야기였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같이 찍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다들 나랑 사진을 찍겠단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다들 나와 사진을 찍었다. 타지마할 난 계속 서 있고, 내 옆의 인도 사람들만 계속 바뀌는 그런 광경. 그 상황이 난 너무 웃겼다. 물론 그 날 외국인이라고 보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만, 내가 그렇게 신기했나 싶었다.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이랄까? 한참 사진을 찍혀준(?) 후에야 난 타지마할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아름다웠던 타지마할도, 사진을 찍자던 인도 사람들도 멋진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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