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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l 10. 2016

루앙프라방의 한가로운 오후

2012. 라오스 ::: 루앙프라방

#1. 루앙프라방의 아침식사 - 고래군


 우리는 아침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조마베이커리 바로 옆 골목 안쪽에 있었는데, 조마가 있는 큰길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바로 메콩강이 나온다. 강가로 나오면 오전에만 문을 여는 식당이 하나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쌀국수와 죽을 주문했다. 그런데 꽈배기 같은 빵이 가득 찬 그릇과 풀과 반으로 잘라놓은 작은 초록색 과일이 담긴 그릇을 우리에게 먼저 내준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 풀은 뭐지? 샐러드인가?”

“오빠 한국에서 쌀국수 먹어봤어?”

“응 몇 번 먹어보기야 했지.”

“이게 고수야. 향이 강한 풀 있잖아요 그거. 하긴 한국에서는 조금만 넣어서 잘 모를 수도 있겠구나.”

“아 이게 그거야? 한국에서 먹을 땐 항상 미리 넣어 오니까. 이렇게 생긴 풀이었구나. 이 동그란 건?”

“그건 라임이에요. 여기선 라임즙을 넣어서 먹어요.”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갑자기 생각났다. 책을 통해서만 만났던 라임이라는 녀석은 달걀만 한 크기의 초록색 작은 과일이었다. 나는 비록 이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이지만, 그동안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기 때문인지 조금 더 친한 척을 하고 싶어 졌다.


“음 나 이거 먹어봐도 돼?”

“응. 안 될 게 뭐 있어. 먹어봐요.”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그 녀석을 꾸욱 꼬집었다. 어쩐지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두 분이 그런 나를 유심히 쳐다본다. 라임즙이 입 안으로 들어왔고, 그리고 갑작스레 신 맛이 뒤통수까지 ‘캉!’하고 때리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찌푸린 표정으로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크악! 아악! 시다 이거! 셔!”


그런 나를 보며 그녀와 식당 아주머니들이 웃는다. 깔깔 웃는 식당 아주머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도 웃었다.






#2. 루앙프라방의 풍경 - 고래군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산책을 겸해 이 도시를 걷기로 했다. 장소를 경험하고 살펴보는 데는 직접 걷는 것이 좋다. 인간의 몸이 걷는 속도에 맞추어 시각을 조절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느린 속도로 공간을 가르며 헤쳐 나가는 것만이 이방인이 그 공간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이리라. 숙소에서 나와 그녀와 함께 길을 걷다 보니 외국인도 많이 눈에 띈다. 그녀는 이 근처가 여행자 거리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내게 알려줬다.


“오빠 우리 걷다가 사찰에도 들러볼까요? 어차피 도시 안에 있으니까 잠깐 들러도 좋을 것 같아.”

“응 그래요. 그런데 입장료 같은 건 없나?”

“받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 안 받는 데만 들어가지 뭐.”


 라오스는 인구의 대부분이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라고 한다. 특히 천년고도(千年古都)인 루앙프라방에는 크고 오래된 사찰이 도시 곳곳에 많다고 그녀는 내게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기온이 올라가기 전에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길은 여전하다. 어디까지고 내가 걷고 싶은 만큼, 그리고 걸을 수 있는 만큼 우리를 어딘가로 이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작은 가게에 들러 커피가루와 작은 과자, 그리고 비어라오 두 캔을 샀다. 가게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나서 바로 옆의 사찰에 들어가 보았다. 라오스의 사찰은 도시 안에 있다. 종교와 삶이 가까이 붙어있다는 의미 이리라. 사찰 건물은 대부분 단층인데, 특이하게도 건물 본체의 높이보다 지붕 자체의 높이가 더 길다. 어쩌면 사찰 양식이 아니라 라오스의 전통 건축양식 인지도 모르겠다. 지붕이 저렇게 높으면 확실히 실내가 더 시원해질 것 같다. 이곳의 사람들은 여기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살아왔을까? 지금의 나는 아직은 알 수 없는 많은 지혜와 경건함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3. 루앙프라방의 한가로운 오후 - 미니고래


 그와 그녀는 한참 더워지는 시간을 피해 숙소로 돌아오려 했지만, 사원들을 보며, 산책을 하다 보니 뜨거운 날씨와 맞닥드려버렸다. 햇살에 길이 한참 데워져 버리는 바람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들은 여행자 거리에 있는 식당 한 곳을 들어갔다. 그리고 대낮부터 비어라오를 들이켰다. 더워진 날씨 덕에 약간의 취기가 올라왔지만 그 마저 기분 좋아지는 한가로운 오후 시간이었다.


 그리고는 루앙프라방에서 거의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조마에 들어섰다. 이곳의 조마는 비엔티엔의 그곳보다 편안한 분위기가 더 강하다. ‘도시의 분위기 때문이겠지’ 하고 그가 생각했다. 숙소에 들러 서로 가져온 책을 읽다가 문득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다. 시원한 조마의 맛있는 커피와 편한 의자가 그녀를 잠들게 했나 보다. 그때의 단잠은 훗날 그녀의 기억 속에 아주 달콤하고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와 그녀는 그렇게 조마베이커리에서 여유롭고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루앙프라방에서의 시간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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