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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Aug 27. 2018

영화 <서치>(Searching, 2018)

세 가지 탐색



 2018년 8월 29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원제: Searching)는 실종된 딸 마고 킴Margot Kim(미셸 라Michelle La 분)을 찾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 데이빗 킴David Kim(존 조John Cho 분)이 진실을 추적하는 서사를 다룬 미국의 스릴러 영화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한국계 미국인 부부인 데이빗과 파멜라Pamela Nam(사라 손Sara Sohn 분)는 딸 마고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팸(파멜라의 애칭)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16살의 고등학생이 된 마고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라진 그 날 밤 마고가 남긴 것은 아이폰과 랩탑(=노트북)에 남긴 그녀의 부재중 통화 기록뿐. 데이빗은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마고가 디지털 세계에 남긴 흔적들을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영화 <서치>는 2018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신예감독인 아니쉬 차간티Aneesh Chaganty는 이를 통해 관객상(Next Audience Award)과 함께 알프레드 P. 슬로언 상(Alfred P. Sloan Prize) 등을 수상했다. 알프레드 P. 슬로언 상은 과학이나 기술에 관해 초점을 맞춘 작품 또는 과학자나 기술자, 수학자 등을 주인공으로 묘사한 작품 중 하나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슬로언은 오랫동안 GM의 회장을 지냈던 인물로, 이 상 역시 그의 이름을 딴 재단(Alfred P. Sloan Foundation)에서 수여하는 것이다.



탐색Searching: 디지털 인간

 영화 <서치>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단 한 번도 스크린에 직접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 또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목격하는 것은 등장인물들과 실종사건에 대한 기록영상들이다. 윈도우즈 XP가 설치된 랩탑 컴퓨터의 영상통화나 동영상 또는 사진 파일들의 나열을 통해 데이빗 킴과 그의 가족들의 과거가 오프닝으로 제시된다.


 이후 영화의 중심 서사 역시 데이빗과 마고의 페이스타임 동영상, 아이메시지(i-massage, 아이폰 등 애플 기기의 문자메시지)의 텍스트, G-mail(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이나 구글 검색 기록들을 통해 진행된다. 딸 마고의 행적을 알아내기 위해 데이빗이 탐색하는 것은 그녀의 페이스북, 텀블러, 인스타그램, 유캐스트에 남은 기록들이다.


 실종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 역시 사건의 해결을 돕는 것처럼 보이는 형사 로즈마리 빅Rosemary Vick(데브라 메싱Debra Messing 분)과의 페이스타임 동영상, 데이빗의 행적을 찍어 업로드한 유튜브 동영상이나 방송국에서 업로드한 뉴스 동영상을 통해 진행된다.


 결국 영화 <서치>는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된 ‘기억과 기록’(메모리memory)들을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셈이다. 즉 영화라는 ‘가상Virtuality’의 시공간 내부에 있는, 디지털 메모리라는 ‘가상’의 기록(메모리)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상의 가상’은 진실을 향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의 형식은 ‘진실의 탐색’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지향하고 있기도 하다.



탐색Searching: 딸 마고Margot의 내면

 영화 <서치>의 제목이 지시하는 ‘탐색’은 그밖에도 더 있다. 사춘기 청소년과 부모 사이에 발생하는 거리감은 아마도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나 존재할 것이다. 일상의 반복에 의해 흐려지는 서로에 대한 관심은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고, 다시 단절된 대화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된다. 관심과 애정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마고는 오히려 아빠인 데이빗의 동생인 피터Peter(조셉 리Joseph Lee 분)를 찾아가 상담하거나, 약간의 일탈을 통해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 데이빗은 딸 마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지만,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사라진 마고를 찾기 위해 데이빗이 검색(Searchig)하며 알게 되는 모든 것들, 그녀가 포케몬을 좋아하며 사색하기 위해 종종 찾아가는 호수가 있다는 등의 사실들은, 데이빗이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마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자신의 기억들뿐이라는 사실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 <서치>는 부성애 또는 모성애만으로는 자식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딸 마고의 내적 갈등과 번민에 대해 데이빗이 ‘탐색’해나가는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탐색Searching: 독자 또는 관객

 이제 영화 <서치>의 마지막 ‘탐색’이 남았다. 그것은 독자 또는 관객들 각자의 고유한 ‘탐색’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혹은 보고 나서 ‘왜 영화에서 가상의 기록들만 보여줬지?’ 하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그런데 왜 하필 한국계 미국인을 등장인물로 했지?’라고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독자 또는 관객들이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이제 우리는 검색(Searching)을 통해 정보들을 찾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서치>는, 그리고 아니쉬 차칸티 감독은 웹과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검색’ 혹은 ‘탐색’이 이제 현대인에게 있어 일종의 ‘감각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질감과 온도를 인식하는 촉감처럼, 또는 색과 형태를 인식하는 시각처럼, 어떤 대상에 대해 인식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바로 ‘검색’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감각기관’이라고 해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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