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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y 22. 2018

영화 <케이크메이커>

나의 욕망을 걷어내면, 비로소 온전한 당신을 만난다



 영화 <케이크메이커>(The Cakemaker, Der Kuchenmacher, 2017)가 2018년 5월 24일 한국에서도 개봉하게 되었다. 오피르 라울 그레이저Ofir Raul Graizer 감독의 이 작품은 작년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The Karlovy Vary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독립영화상Ecumenical Jury Prize을 수상하고, 대상Crystal Globe 후보작으로도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해를 넘기면서까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영화제에서 앞 다퉈 초청하기 시작했는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이 작품을 초청하면서 한국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베를린에서 케이크와 커피를 파는 가게(Café Konditorei), 카페 크레덴츠(Café Kredenz)의 주인 ‘토마스(Thomas, 팀 칼코프Tim Kalkhof 분)’에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스라엘에서 베를린으로 출장을 오는 애인 ‘오렌(Oren, 로이 밀러Roy Miller 분)’이 있다. 하지만 오렌은 예루살렘에 부인과 아들이 있는 유부남.

어느 날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오렌으로부터 연락이 끊긴다. 토마스는 그의 전화기에 메시지를 남기기만을 반복하며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그리움과 걱정에 지친 토마스는 그의 회사 베를린 사무실을 찾아가고, 직원으로부터 오렌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오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토마스는 그의 죽음에 대한 답을 찾아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렌의 부인 ‘아나트(Anat, 사라 아들러Sarah Adler 분)’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일을 하게 된다.



집착에서 사랑으로

 카페 문을 닫은 늦은 시간. 토마스는 주방에서 반죽을 만들고 있다. 힘겨운 표정의 아나트가 주방으로 들어온다. 토마스는 그녀에게 불을 꺼달라고 말을 건네지만, 그녀는 삶의 무게와 외로움에 지쳐 그의 말을 듣지 못한다. 토마스는 아나트에게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반죽을 넓게 펴는 방법을 다시 알려준다. 좀 더 긴 시간 손의 온도로 반죽을 따뜻하게 만들어줘야 비로소 원하는 대로 반죽이 형태를 만들어준다고 말이다. 문득 아나트가 그의 뒷목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키스를 시도한다. 살짝 놀라며 물러서는 토마스. 그러나 다시금 아나트는 지친 몸과 마음을 그의 어깨에 기댄다. 그리고 다시 키스를 시도한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토마스가 그녀에게 입을 맞춘다. 카페 주방의 이 장면에서 우리는 비로소 영화 <케이크메이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토마스가 입고 있는 티셔츠는 아나트의 죽은 남편 오렌의 것이다. 그런데 그 티셔츠에는 곰이 그려져 있다. 오렌이 애인이었던 토마스와 함께 했던 베를린에서 사온 것이다. 아나트가 토마스의 뒷목을 쓰다듬는 행위는, 사실 오렌이 아나트를 보듬던 방식이기도 하다. 이 순간 독자 또는 관객은 ‘토마스/아나트’가 바라보는 지점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암시받게 된다. 바로 앞에 있는 서로가 아닌, ‘오렌’이라는 지점 말이다.


 그러나 이윽고 아나트와 토마스는 입술을 맞추고 서로의 체온을, 촉감을,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숨소리를 직접 느끼게 된다. 토마스/아나트의 그리움의 방향이, ‘오렌’으로부터 조금씩 서로를 향해 바뀌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나트와 토마스의 사랑은, 열정적이고 격렬하기보다는 서로에게서 위안 받고 서로를 위로하는 사랑이다. 정사 장면의 꼬리를 물고 흘러나오는 애잔한 피아노 소리가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소리의 영화

 오렌이 베를린을 떠날 때의 신발소리와 캐리어의 바퀴 소리는, 그것을 보는 혹은 귀 기울여 듣는 토마스의 내면에서 움직이는 감정을, 함께 듣는 독자 또는 관객들이 함께 느끼게 만든다. 밀가루를 묻힌 손을 비비는 소리, 반죽을 내리칠 때의 소리, 거리를 채우는 빗소리. 시끄러운 효과음이나 대사보다는, 그 안의 사물들과 몸들이 내는 일상의 소리들이 공간을 채운다. 프랑스의 음악가 도미니끄 샤르팡티에Dominique Charpentier의 피아노 소리가 독자 또는 관객을 감싼다.


 영화 <케이크메이커>는 ‘케이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도 청각이 중요한 영화다. 포크가 케이크를 가를 때의 소리, 그리고 그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거나 긁으며 내는 소리는 그것이 번지는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안으로 깊숙하게 침투한다. 심지어 그 독자 또는 관객이 눈을 질끈 감더라도 말이다.


사진출처 : https://www.cinecube.co.kr/movie/list_view.jsp?idx=865&flag=2&pidx=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4786150&memberNo=15689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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