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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Nov 25. 2018

또 다시, 벨렝Belém은 언제나 비

2018. 두 번째 리스본 한 달 살기

  

#1. 낮이든 밤이든 내 말은 하늘이 듣는다- 고래군    

 

 나에게는 재미있는 징크스가 있다. 사실 두세 번 연속으로 있었던 것뿐이니 딱히 징크스라 부르기엔 좀 마땅치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신기하게도 벨렝Belém에 내가 가는 날에는 유독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이다.     

어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오늘 날씨는 어제처럼 맑은 가운데 구름 조금.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이번 기회에 맑은 날 벨렝을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 ‘설마 또 비가 오겠어?’ 하면서 웃기도 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온다. 그래 내가 벨렝 간다고 말하는 소리를 하늘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그래, 그런 거지 뭐.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베라르두 콜렉션 박물관Museu Coleção Berardo’이다. 구글맵에서 우연히 ‘현대미술관’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는데, 위치가 제로니무스 수도원 길건너에 있다. 외양을 보니 예전에 지나치면서 큰 호텔 같다고 생각했던 그 건물이다. 딱히 무엇을 보러 간다기보다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전시가 있는지 기웃거리기 위해 가기로 한 것이다. (사실 맑은 날 벨렝에 나를 데려가는 것 자체가 그녀의 목적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산타 아폴로니아까지 내려와서 728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15번 트램도 있지만 우리는 버스를 탄다. 피게이라 광장에서 버스를 타기도 하지만, 오늘은 산타 아폴로니아에서 탈 것이란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이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알파마 언덕을 내려오는 동안 내리던 빗줄기가 일단 멈추면서 우리에게 잠시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비는 오락가락했고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2. 아슬아슬 벨렝날씨 - 미니양


 어느 정도 큰 도시에 여행을 갈 때면 난 늘 미술관에 가는데, 직업이 직업인만큼 미술관은 일부러라도 들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디자인 감각을 조금이라도 키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미술관에 가면 조용한 분위기에 마음껏 혼자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리스본에서도 그래서 굴벤키안 박물관/미술관을 매주 찾아갔었다. 그런데 가보지 못했던 미술관이 지도에서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제로니무스 바로 맞은편인데 그 동안 못 봤던 것이었나?


 오늘은 그 새로운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무슨 전시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전시를 하는 것 같긴 하니까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무작정 가보고, 해보는 것은 아주 익숙한 나이니까.


"오빠, 오늘은 벨렝에 갈거야."

"그래. 그러자요. 산책도 하고 좋네."

"근데 새로운 곳에 가는거야."

"새로운 곳?"

"응. 미술관이 있는데 우리가 안가본 곳이더라?"

"그래?"

"무슨 전시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가보고 싶어."


 그렇게 우리는 벨렝으로 출발했다. 15E 트램을 타면 빨리 가지만, 그 트램은 28E처럼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트램이라 늘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번엔 728번 버스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벨렝으로 가는 길,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분명 구름 조금 있는 맑은 날씨라고 했건만 빗방울이 토독토독 떨어진다. 본인이 벨렝에 가기만 하면 비가 온다고 고래군을 입을 삐죽거린다. 그런 고래군을 다독거리며 미술관으로 향하는데...


 벨렝까지 왔는데 파스텔 데 나타를 그냥 지나치기가 힘이 들었다. 기왕 왔는데 먹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긴 줄 끝에 섰다. 평소 아무리 맛있는 가게라도 줄을 서서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집 파스텔 데 나타는 먹고 싶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먹고 갈 생각은 아예 안하고, 긴 줄 끝에 4개를 포장해서 나와 공원에서 순식간에 해치웠다. 역시 맛있다. 흐흐흐



 배도 채웠으니 미술관으로 향할 시간, 다행히도 날은 금방 개었고 쨍쨍한 정도는 아니지만 파란 하늘이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했다. 미술관 전시를 볼까 싶어 들어서서 보니, 입장료는 5유로. 비교적 저렴한 입장료였기에 들어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한 걸음 더 다가갔는데!! 어라? 토요일은 무료다.


"오빠! 토요일은 무료래."

"응?"

"오늘보면 둘이 10유로. 토요일에 다시오면 무료. 버스비 생각해도 그게 싸다요."

"어차피 우리는 오래 있을거니까 토요일에 다시 오자."

"응!"




 그렇게 우리는 토요일에 다시 오기로 하고 미술관을 둘러보고, MAAT까지 산책도 하며 벨렝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날씨는 비가 올듯 말듯 아슬아슬 했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벨렝을 고래군에게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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