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과 온기 사이로 흩어지는 시선들
2023년 9월 의정부에서 ‘제2회 레드카펫 영화제’라는 독립영화제가 열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영화제는, 우리가 보통 ‘인디 영화’라고도 부르는 독립영화(Independent film)를 대상으로 한다.
조하영 감독의 <언니를 기억해>(2022)는 발표된 그 해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단편작품상을 수상하고 ‘충무로 단편영화제’에서는 청년·대학생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미군 부대 인근에 있는 이른바 ‘기지촌’에 있는 ‘재스민 클럽’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영화이다.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술과 음악, 여자를 파는 ‘재스민 클럽’. 이곳에서 ‘연옥(김연희 분)’은 노래하고 춤추는 무희이며, 연옥의 친동생 ‘홍(윤보윤 분)’은 청소를 비롯한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살고 있다. 연옥을 비롯한 ‘양공주’들은 부조리한 빚과 폭력으로 인하여 이곳에 붙잡혀 있다. 하지만 영화의 음악과 춤은 밝고 경쾌해서, 영화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억압과 모순의 음산함은 빠르고 가벼운 리듬과 멜로디가 극장을 채우는 사이 재스민 클럽에 드리워진 커튼 뒤로 슬그머니 치워진다.
영화의 플롯은 어린 소녀 ‘홍’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클럽과 미군 부대 인근의 야산 등이 ‘홍’을 통해 놀랍고 즐거운 공간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이 어린 인물의 시점을 차용하는 것은, 영화 속 세계의 비극성과 모순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종종 차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니를 기억해>는 초점을 온전히 ‘홍’에게 맞추는 것에 실패한다. ‘홍’의 주변으로 카메라의 시선이 자꾸만 분산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스크린 너머는 ‘홍의 세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감독이 구축한 세계’라는 디에게시스(Diegesis) 쪽으로 굴러가 버리고 만다.
요컨대 <언니를 기억해>는 뮤지컬 형식을 통해 르포르타주(Reportage)로 보이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홍’을 전면에 세움으로써 대상과 사건에 대하여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카메라의 초점은 연옥을 비롯한 ‘양공주’들, 즉 소외되고 억압받는 주체들을 향해 마치 두 개 자석의 양극처럼 이끌리면서 객관적인 거리두기에는 다소 실패하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감정 과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담담하게 보여주려고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결국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꾸만 울컥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에 대하여 느끼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과잉은, 조하영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주체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따스한 온기를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 <언니를 기억해>이 다른 영화들과 다른 고유한 개별성을 지니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과잉과 온기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의 운동성이야말로, 조하영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 <언니를 기억해>에서 가장 ‘문제적 인물’은 재스민 클럽의 ‘마담(박누리 분)’이다. 이 영화에서 작동하고 있는 다수 이데올로기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경계성이, ‘마담’ 캐릭터에 응집해 있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는 조하영 감독이 ‘프레임의 바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2286#photoId=148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