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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r 24. 2024

영화 <밥 말리; 원 러브>

다 괜찮을 거야 Everything's gonna be all right

          

 세계적인 아티스트 밥 말리(Bob Marley)의 생애를 다룬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 영화 <밥 말리; 원 러브(BOB MARLEY; ONE LOVE)>(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이다. 한국에서는 2024년 3월 13일 개봉했다.     


 영화는 자메이카에서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밥 말리’가 그의 밴드인 ‘웨일러스’와 함께 런던의 거대 음반사 ‘아일랜드 레코드’와 계약을 하고, 지금도 유명한 《엑소더스》라는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 그리고 자메이카의 혼란스러운 내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열린 ‘원 러브 피스 콘서트’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One Love>는 엑소더스 음반에 수록된 곡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것처럼 ‘밥 말리’는 제3국에 해당하는 자메이카의 음악인 ‘레게(Reggae)’를 전 세계에 유행시킨 아티스트이다. 그래서 ‘레게’에는, 그리고 이 영화 <밥 말리; 원 러브>에는 자메이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특유의 감성이 넘쳐 흐른다. 그래서 이 영화를 풍성하게 보기 위해서는 일단은 간략하게라도 자메이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야만!(Ya Man!)
영어가 아닌, 자메이카 파트와(Patwa)   
  


 카리브해에 있는 작은 섬나라 자메이카는 유럽의 신대륙 진출 당시에는 에스파냐가 점령했지만, 대항해시대인 15세기 이후로는 영국이 점령한 지역이었다. 잉글랜드인들은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강제로 끌고 와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했다. 자메이카는 시간이 흘러 1962년이 되어서야 영연방 소속 국가의 형태로 독립을 할 수 있었다.     


 영연방 국가인만큼 자메이카도 기본적으로는 영국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아프리카 언어들과 주변의 다른 섬들에서 쓰이는 스페인어, 그리고 식민지배자들의 언어였던 영어가 적당히 뒤섞인 혼성언어 ‘크레올(Creole)’을 사용한다. 자메이카 크레올은 ‘파트와’라고 불리며, 영화 속에서 밥 말리와 그의 밴드 웨일러스(Wailers)가 사용하는 언어도 바로 이 ‘파트와’이다.      


“도대체 뭐라고 말하는 거야?”     


 그래서 ‘밥 말리(킹슬리 벤 아디르 분)’가 런던의 음반사 아일랜드 레코드(Island Record)에서 1977년 발매한 음반 ‘엑소더스’의 커버 디자인에 관해 음반사 관계자와 스튜디오에서 대화하는 시퀀스에서, 잉글랜드 사람인 관계자는 결국 밥 말리가 하는 말을 전혀 못 알아듣고는 옆에 있던 매니저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파트와’의 억양을 섞은 영어를 사용한다. 그런 면에서 킹슬리 벤 아디르가 ‘밥 말리’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쟈(Jah), 라스타파라이(Rastafari)
기독교도 뭣도 아닌, 그냥 ‘라스타파라이’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밥 말리와 그 주변 인물들은, 한 명이 “자(Jah)”를 부르면 나머지 모두 “라스타파라이(Rastafari)”를 제창한다. 반복되는 그 장면들은 이 영화와 레게음악이 가리키는 방향이 자메이카의 고유 종교 ‘라스타파리’와 같다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대체로 ‘라스타파리’는 기독교에서 파생된 것으로 간주되며, 라스타스(Rastas)라고 불리는 신자들은 그들이 유럽의 언어와 문화에 오염되지 않은 성경과 신앙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자(Jah)’는 유일신을 뜻하는 말이고, 예수는 분명히 아프리칸 흑인이었을 것이며, 본래의 순수한 성경은 에티오피아의 돌 서판에 새겨진 기록이었다는 것이다.     


 ‘라스타파리’ 종교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그 교리와 해석이 무척이나 유동적이라는 사실이다. 신자들 중 일부는 1930년부터 1974년까지 에티오피아를 다스린 국왕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assie)’를 다윗의 후손, 예수의 재림, 또는 자(Jah)의 화신이라고 믿기도 한다. (정작 셀라시에 국왕은 그 사실을 전해 듣고는 기겁했다고 하더라.) 애초에 ‘라스타파리’라는 명칭 자체가, 셀라시에 국왕이 왕자였던 시절 사용했던 호칭인 ‘라스 타파리 마코넨(Ras Tafari Makonnen)’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라스’는 에티오피아 말로 왕자를 뜻하고, ‘타파리’는 셀라시에의 이름, ‘마코넨’은 그의 아버지의 이름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말은 굳이 번역하자면 ‘마코넨의 아들 타파리 왕자’ 정도가 될 것이다.     


 어쨌든 ‘라스타파리’가 가진 여러 특징들 중에서도, 특히나 그것이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중시하는 종교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그들은 어떤 한 인간에게 가해지는 외부로부터의 억압을 거부하고 그에 저항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나’와 이웃의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한없이 느긋하고 온순한 기분에 젖어들게 만든다고 하는 대마초(마리화나) 사용은 ‘라스타파리’의 매우 중요한 의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네스타, 메신저     


 밥 말리의 본명은 ‘로버트 네스타 말리(Robert Nesta Marley)’이다. 영화에서는 한 노인이 그의 이름을 듣고는 “네스타, 메신저라는 뜻이군, 너는 메신저가 될 거야.”라고 말한다. 노인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 단지 자메이카 파트와에서 ‘네스타(Nesta)’가 ‘메신저(massenger)’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시퀀스는 영화에서 꽤나 중요한 장치로 놓여 있는 것이다. 왜냐면 이 영화가 ‘밥 말리’를 메신저로서 정의하는 그때부터, ‘밥 말리’라는 기표를 통해 영화가 보여주는 이미지와 들려주는 음악이 모두 ‘메시지’라는 의미를 내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질문은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 메시지는 무엇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의 메시지와 밥 말리의 메시지가 동일한 것인가?’이다. 첫 번째 질문은 영화의 주제에 관한 것이며, 두 번째는 밥 말리가 아닌 ‘밥 말리에 관한 영화’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무엇이 메시지인가 하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다시 말해 “도대체 뭐라고 말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대하여,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하나씩 꺼내서 우리에게 차례대로 보여준다. 엑소더스(탈출), 프리덤(자유), 노 워(반전), 그리고 러브&피스(사랑과 평화) 등등. 그리고 이건 분명 밥 말리와 그의 음악에 관한 기존의 해석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영화는 우물쭈물하면서 좀처럼 대답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밥 말리의 콘서트에 열광하는 런던이나 파리 등 유럽 대도시 관객들의 모습을 영화가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를 관찰해봐야만 한다. 왜냐면 1970년대 유럽의 대중들은, 밥 말리와 웨일러스의 음악과 메시지를 그저 ‘색다르고 즐겁고 신선하고 즐길만한 어떤 것’으로서만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어느 날 극장에서나 태블릿이나 모니터 등을 통해서 이 영화를 보거나 밥 말리를 듣게 될 한국의 누군가에 대한 영화적 이미지라고 봐도 무방하다면, 그렇다면 비로소 우리는 이 영화가 자꾸만 우물거리면서 좀처럼 말해주지 않았던 답이 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마라탕이나 탕후루가 유행하는 것처럼, 즉 낯설지만 신기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처럼, 이 영화를 그리고 밥 말리의 음악을 대하지 않아 주기를. 어제든 오늘이든, 그리고 먼 곳이든 가까운 곳이든, 고통받고 상처받는 다른 누군가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사랑과 평화 그 이상의 가치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저 기억해주기를.          



어떤 사람들은 매우 가난한데, 그들이 가진 게 돈이 전부라서 그래.

(Some people are so poor, all they have is money.)


- 밥 말리(Bob Marley)



사진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4_AfmEJv9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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