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루쿠마데스(Lukumades)>
그리스 '아테네'는 나에게 있어 꽤 의미가 깊은 도시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었을 당시, 나의 상황은 이랬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던 회사에서 퇴사, 그리고 그 때 사귀던 남자친구와도 이별. 나를 둘러싼 환경들이 한꺼번에 바뀌어버린 그 때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그것이 바로 첫 유럽 여행이었다. 그리고 방콕을 경유해서 처음으로 유럽에 발을 디딘 곳이 바로 아테네였던 것이다.
처음 만나는 유럽이라는 생각에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지만, 문득 혼자가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너무나 외로운 기분이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아테네에서는 제대로 된 먹거리도 먹어보지도 못했다. 그저 두렵고 설레고, 그 와중에 한없이 외롭고. 그래서 시간이 흘러 이번에 다시 아테네를 찾게 되었을 때에는 꼭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바로 '루쿠마스(Loukoumas)'. 튀르키예에서는 '로크마'라고 부르며 그리스에서는 '루쿠마스'라고 불리는 음식으로, 둥글게 만든 도넛 위에 꿀이나 시럽, 초콜릿 소스 등을 끼얹고 시나몬 가루나 참깨 또는 호두 등을 뿌려서 먹는 디저트라고 한다. 튀르키예와 그리스 사이에서 원조 논쟁이 있기도 하다는 이 음식은, 사진으로만 봤을 때에는 정말 우리나라 찹쌀 도넛 같이 생겨서 과연 맛은 어떻게 다를 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아테네에 도착해서 숙소 앞에서 루쿠마스 가게를 만났다. 가게 이름도 음식 이름과 같은 <Lukumades>. ('Loukoumas'는 단수형, 'Loukoumades'가 복수형 명사라고 한다. 가게 이름은 그걸 다시 소리 나는 대로 쓴 것 같다.)
식사를 한 후라서 배는 불렀지만, 디저트는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가게의 첫인상은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심플하지만 감각적인 느낌이 들었다. 내부에서 먹을 수도 있었고 밖에서 먹을 수도 있었는데,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서 우리는 밖에서 먹기로 결정! 메뉴는 가장 기본일 것 같았던 꿀과 시나몬의 조합(4.2유로)으로 골랐다.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자 금세 꿀과 시나몬이 뿌려진 열 개의 '루쿠마데스'가 나왔다. 먼저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이 시선을 끌었다. 루쿠마스 1개를 입안에 넣자 빵의 쫄깃함, 꿀의 달콤함에 시나몬 향이 더해져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일단 조합 자체가 이미 맛이 없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루쿠마데스 10개는 순식간에 목구멍 너머 위장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스 물가를 생각해본다면 4.2유로라는 가격이 아주 저렴한 편인 건 아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여행 중 당이 떨어졌을 때 커피 한 잔과 먹으면 좋을 것 같은 디저트였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되면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 등을 올린 루쿠마스를 또 먹어보고 싶다.
- Lukumades
Eolou 21, & Aghias Irinis Str, Athina 105 51 그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