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역 정동길 <독립맥주공장>
모처럼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위해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정동길에 있는 <독립맥주공장>을 찾았다. 덥기도 덥고 습하기도 해서 힘든 저녁 시간이었으나, 그 어떤 것도 우리들의 불금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독립맥주공장>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게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잠시 입구에서 기다리고 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가게 인테리어는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분위기였다. 한쪽에는 커다란 맥주통들이 보여 양조장이라는 느낌을 확실히 주었고, 가구에서부터 소품, 조명까지 정동길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맥주 종류를 갖추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맥주 이외에도 다른 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제 맥주들도 함께 구비되어 있었다. 내가 처음 주문한 메뉴는 영길리 에일 (8,400원)이라는 맥주였다. 평소에 에일 계열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큰 고민 없이 바로 선택! 에일 맥주의 특성인 진한 맛과 섬세한 향, 맛들이 잘 어우러져 있어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 잔으로 주문한 메뉴는 정동다반사(8,900원)이라는 IPA 맥주였다. IPA맥주가 도수가 높은 편이라 이 맥주도 다른 맥주에 비해 1도 정도 높은 편이었으나, 과일향들이 잘 어우러져서 도수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동그랗고 귀여운 잔에 나왔는데 덜렁거리는 내 성격상 마시다 깨뜨리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워 조심스럽게 들고 마시게 되었다. 내가 마셨던 맥주들 이 외에 밀맥주와 라거맥주 스타일 등 정동의 특성을 해석한 맥주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는데, 맥주 양조장이니 맥주의 맛은 어떤 맥주를 선택해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각자 맥주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맥주와 함께 먹을 안주의 종류들도 많아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기도, 식사 대용으로 찾아가기에도 좋았다. 안주는 전형적인 펍의 느낌의 안주들이 많았는데 피자와 소시지 등 다양하게 있어 선택의 폭이 넓었다. 우리는 스모크드 커리부어스트를 주문했다. 긴~ 소시지 3개와 할라피뇨가 올라간 커리에 담겨 나왔는데, 매콤해서 안주를 먹고 맥주를 마시면 싹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맥주를 마시며 묵혀둔 수다를 떨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보냈다. 가게 안에는 우리처럼 금요일 저녁을 보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는데, 각자의 금요일을 각자의 즐거움으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만난 정동길은 많은 직장인들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면, 저녁시간에 만난 정동길은 조용하게 분위기 있는 그런 곳이라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정동길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의 분위기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와 수다를 뿌듯하게 즐기고 나온 친구들과 나는 즐거움에 금요일 밤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덥고 습한 날씨는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 독립맥주공장
서울 중구 정동길 17 이화정동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