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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복어요리

광화문역 <참복집>

by 미니고래


여행을 다니면서 꽤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복어요리. 생선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좀처럼 먹어 볼 기회가 없었다. 복어요리가 제육볶음이나 김치찌개처럼 보편화되어 있는 메뉴는 아니라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막연하게 '언젠가 먹으러 가야지.' 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먹을 기회가 생겼다. 나의 첫 복어요리는 광화문역 근처에 있는 <참복집>. 스타벅스 세종대로점과 CU편의점 사이의 아주 작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초행길이었다면 찾아가기도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50년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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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찾은 <참복집>은 여러 개의 룸과 오픈된 테이블들이 있었다. 우리는 가볍게 점심식사를 하러 갔기 때문에 일반 테이블석에 앉아 메뉴를 골랐다. 같이 갔던 일행이 점심특선 메뉴가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없어졌는지 메뉴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복 맑은탕(지리) 2인분을 주문했다. 복어요리라 그런지 1인분에 무려 27,000원. 평소 점심 한 끼 식사로는 꽤 비싼 가격이었다. 이 날 내가 얻어먹는 입장이라서 마음은 꽤 불편했지만 사주신다고 하니 감사하게 먹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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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반찬은 김치 두 종류와 조개젓갈이었고, 복어껍질 무침이 같이 곁들여 나왔다. 복어껍질 무침은 생선이라고 하기엔 매우 담백한 맛이었다. 뒤이어 나온 오늘의 메인메뉴인 복 맑은탕. 수북한 미나리 아래 뽀얀 복어살과 국물이 살짝 보였다. 한소끔 끓인 다음 국물을 한 숟갈 했는데, 그 국물 맛은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해장이 되는 맛이었다. 시원하고 감칠맛이 도는 국물맛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복어살은 부드러운데 부서지지는 않고 아귀와 비슷한 것 같지만 온전히 같진 않았다. 국물요리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국물을 계속 먹게 되었고, 복어살과 향긋한 미나리와도 잘 어울려서 좋았다.


복 맑은탕을 먹고 있자니 보양이 되었던 건지 더운 날씨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땀이 많지 않은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이 났다. 말복도 지나고 처서도 지난 시기이지만 제대로 보양을 한 기분이 들었다. 볶음밥(2,000원)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오는 길, 다음에는 다른 복어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첫 복어요리였는데, 꽤나 성공적이었다. 가격대가 있어서 자주 가지는 못하겠지만 가끔 복어요리가 생각날 것 같다.




- 참복집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5-7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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