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카츠 인생 중 최고!

일본 도쿄 <마루이치(丸一)>

by 미니고래

수년 전 도쿄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아무것도 없는 주택가 골목길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음식점이나 다른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선 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소극장이나 콘서트홀 같은 것도 전혀 안 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그 골목에 사람들이 왜 줄을 서 있는지 궁금해져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장사를 준비하는 돈카츠 집에 가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그 동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가는 그런 동네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 가게가 유명한 집인 건지 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궁금하니까 일단 줄을 섰다. 평소 아무리 맛집이라 하더라도 줄을 길게 서면서까지 먹진 않는 스타일이었으나, 여기는 뭐랄까 궁금한 것을 참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내 기준에) 30분도 훨씬 넘는 꽤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들어간 가게 안은 10명 정도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작았다.


위 사진들은 9년 전 방문 당시


작은 가게 안에서는 끊임없이 돈카츠를 튀기고 있었고, 밥과 된장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에 우리는 로스(등심) 카츠와 히레(안심) 카츠를 하나씩 주문하고 주인장이 튀기는 튀김을 구경하며 저녁밥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인생 돈카츠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맛보지 못했던 잘 튀겨진 두툼한 돼지고기에 촉촉한 육즙까지.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간 가게에서 잊을 수 없는 돈카츠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가게는 타베로그에서 아주 유명한 돈카츠 가게인 <마루이치(丸一)>였다.


그 뒤로 두툼한 돈카츠는 한국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해서 일본에 가지 않고도 충분히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마루이치>의 돈카츠가 계속 생각이 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도쿄 여행을 몇 번 더 했지만 어쩌다 보니 연이 닿지 않아 먹을 수는 없었다.(오오모리역에 있는 동명의 가게에도 찾아가서 먹어봤지만 가마타에 있는 이 가게가 더 맛있었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이 흘러 이번에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도쿄 여행을 가게 되었고,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미션으로 이곳의 돈카츠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마루이치>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점심시간에만 문을 여는 데다가 일요일, 월요일은 휴무여서 영업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화요일 오픈 시각에 맞춰 찾아 갔는데, 하필이면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화요일은 대체 휴일로 하겠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고 문을 닫는 바람에 수요일에 다시 오픈 시각에 맞춰서 <마루이치>를 찾아갔다.


오픈 시각은 오전 11시이다. 10분 전쯤에 가게로 갔더니 이미 우리 앞에 10명 이상이 줄을 서 있다. 오픈 5분 전쯤 가게가 문을 열었고, 결국 첫 타임으로 들어가는 것에는 실패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이 가게 앞으로 나와서 미리 주문을 받아서, 대기하는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금방 음식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다. 그리고 다행히 첫 타임에 들어간 손님들이 흡입 수준으로 먹고 금방 나와준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갔을 때 기준으로는 10시 40분까지 가서 첫타임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11시 10분쯤 와서 두 번째 타임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짧게 기다리는 방법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여전한 가게 내부의 모습이 반가웠고, 또 여전한 마스터의 모습도 괜히 반갑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동안 로스카츠를 런치메뉴(1,600엔)로 주문을 해둬서, 앉자마자 금방 갓 튀긴 로스카츠를 받을 수 있었다. 예전에 왔을 때 히레카츠보다 로스카츠가 더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로스카츠로 먹었는데, 역시 육즙과 육향이 여전히 굉장하다. 그리고 특히 곁들여 나오는 톤지루와 밥도 로스카츠와 잘 어울려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여기를 다시 와서 먹다니 하는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사이에 가격도 꽤 올랐고, 영업시간은 더 짧아졌고, 마스터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돈카츠의 맛 하나만큼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와서 까먹었는데, 로스카츠와 히레카츠 이외에도 토핑 튀김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토핑 튀김도 추가해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카츠 맛집만 찾아다니는 정도의 돈카츠 덕후는 아니지만, 이곳은 개인적으로 돈카츠에 관해서는 내 인생 원픽 맛집이다. 혹시 본격적인 돈카츠가 생각난다면, 그런데 마침 가마타에 가게 되었다면, 혹은 하네다 공항 근처에 있는데 시간이 맞다면, 잠시 <마루이치>에 들러 돈카츠를 먹어보자!




- 마루이치(丸一)

5 Chome-28-12 Kamata, 大田区 Ota City, Tokyo 144-005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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