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역사를 함께 마시는 기분

일본 도쿄 <토리코로루(トリコロール本店)>

by 미니고래

도쿄 여행을 꽤 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작 긴자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도쿄는 서울처럼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도시이기 때문에 여행을 갈 때마다 가보고 싶은 곳이 매번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그때마다 하필 긴자 지역은 나의 방문 목록에서 제외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여행 전에 이것저것 살펴보는 와중에 <긴자 그래픽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긴자는 쇼핑을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밖에도 유명한 카페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살펴본 바에 의하면 도쿄 긴자에 있는 카페는 대체로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뉘는 듯했는데, 하나는 오픈한 지 100년 남짓 된 오래된 카페들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최근에 오픈해서 커피 맛으로 유명한 카페들로 보였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보고 싶은 카페를 고르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내가 선택한 곳은 <긴자 그래픽 갤러리>에서 가장 가까웠던 <토리코로루(トリコロール本店)>였다. <토리코로루>는 1936년에 창업하여 9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이라고 한다. 적갈색 벽돌의 외관부터가 이곳이 꽤 오래된 카페라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는데, 특히 입구가 회전문으로 되어 있어서 특이했다. 가게로 들어가니 빨간 벽돌과 잘 어울리는 엔틱한 분위기의 잘 정돈된 인테리어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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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일본 상점과 마찬가지로 카페 입구에서 잠시 기다리면 직원이 자리로 안내를 해주는데, 우리가 들어섰을 때는 대여섯 명이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빈 테이블이 있었고 정리가 방금 끝난 모양인지 앞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는 거의 곧바로 2층으로 안내 받을 수 있었다. 2층에 올라가 보니 손님이 많지 않아서 창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비어있어서 마음에 드는 아무 데나 앉을 수 있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물이 담긴 컵, 물수건과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메뉴로는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디저트까지 준비되어 있었는데, 가격대는 긴자의 물가 수준을 말해주듯 결코 저렴하진 않았다. 뭘 마실까 고민하던 우리는 따뜻한 블렌드 커피(1,170엔)와 비엔나커피(1,270엔)를 주문을 했다. 음료 중에는 카페오레, 디저트 중에는 애플파이가 유명하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그냥 그 순간 마시고 싶은 것으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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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카페 내부를 둘러봤다. 가구와 소품들에는 하나같이 엔틱 스타일이 묻어있어서, 덕분에 유럽의 오래된 저택이라는 착각이 들게 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옛 귀족의 오래된 저택이었던 건물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아늑함과 편안함을 일본인 관점에서 잘 표현한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기다리자 예쁜 커피잔에 블렌드 커피와 왠지 모를 반가운 느낌이 드는 비주얼의 비엔나커피가 도착했다. 오래된 카페들은 블렌드 커피의 경우 쓴맛이 다소 강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다행히 <토리코로루>의 블렌드 커피는 괜찮은 편이었다. 비엔나커피는 꾸덕한 크림이 잔뜩 올라가 있었음에도 전혀 달지 않고 우유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졌다. 음료를 가져다준 직원이 밑에 설탕이 깔려 있으니 잘 저어서 마시라고 했는데, 설탕을 따로 넣는 만큼 크림은 달지 않게 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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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커피가 아주 맛있다기보다는 약 100년의 역사와 이국적인 느낌을 즐기고, 오래된 메뉴에 대한 추억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 직원의 정중한 응대와 엔틱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도쿄 긴자에 가게 된다면 한번쯤은 가봐도 좋을 그런 카페였다.




- 토리코로루(トリコロール本店)

5 Chome-9-17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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