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몇 년 전 도쿄 여행에서 야히로역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에 다녀왔다. 여행은 관광을 하러 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본 여행의 경우에는 조금 더 의미 있는 장소에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적한 마을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었던 <조선인 추도비>를 보면서 슬픔이 울컥 밀려왔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도 의미 있는 장소를 방문해보고 싶어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료고쿠 요코아미초 공원에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추도비는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유언비어로 인해 학살된 조선인들을 기리기 위해 1973년 세워진 비석이다. 매년 9월 1일 일본의 한 시민단체 주관으로 추도식이 열리는데 2025년에도 102주기 추모 행사가 거행되었다고 한다. (이 추도식이 열릴 때면 근처에서 우익단체들의 방해집회가 열리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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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꼭 어디를 가야 한다는 방문 계획은 짜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만큼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료고쿠역을 중심으로 하루 일정을 잡았다. 료고쿠역은 아키하바라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며, 우에노역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추도비가 있는 요코아미초 공원은 료고쿠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료고쿠(両国) 지역은 일본인들에게는 스모 경기가 열리는 국기관이 있는 동네로 유명하다. 료고쿠역에는 이번에 처음 내려봤는데, 내리자마자 국기관이 보이고 여기저기 창코나베 식당들도 보였다.
요코아미초 공원은 료고쿠역에서 멀지 않았지만 바람이 매우 강한 날이라서 옷을 단단히 여미고 걸어야 했다. 공원에 도착했지만 따로 표지판은 없기 때문에 추도비가 어디에 있는지를 직접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규모가 큰 공원은 아니라서 무작정 공원 안을 걷다 보니, 머지 않아 까만 돌 비석 같은 것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비석이 바로 내가 찾던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였다. 큰 글씨로 '추도(追悼)'라고 쓰여 있으며, 그 아래 작은 글씨로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関東大震災朝鮮人犠牲者)'라고 적혀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워 보였다.
추도비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하고 멍하니 서서 비석을 바라보았다. 비석 앞에는 커다란 꽃이 놓여 있었는데 "교보교육재단 이사장(최화정)"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마 최근 교보교육재단에서 이곳을 방문했던 모양이다. 야히로역에 있었던 추도비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슬픔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공원 안에 있어서인지 커다란 꽃이 놓여 있어서인지 야히로역 추도비에 비하면 조금 덜 쓸쓸해 보였다. 추도비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묵념 밖에 없지만 그래도 방문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도쿄에 가게 되면 다른 의미 있는 장소에도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공원을 나섰다.
- 요코아미초 공원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2 chrome-3-25 Yokoami, Sumida City, Tokyo 130-0015 일본
: 아래 사진에 보이는 원형 구조물 좌측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