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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Apr 16. 2021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아이

우리 라클이 145일 차♡

사랑하는 딸, 라클이 보아라~ 엄마는 우리 귀염둥이 라클이 때문에 하루하루 다양한 감정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단다. 한 생명의 씨에서 머리, 몸통, 팔, 다리, 눈, 코, 입이 생기고 사람의 형태가 되어가는 것도 참 신기했는데... 조그맣던 아기가 매일매일 성장하고 자라나는 것도 정말 경이롭단다. 꽉 쥐던 손을 피고, 물건을 잡고, 목을 세우고 두리번거리고, 재밌는 소리에 반응하고 웃고, 누워만 있던 네가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뒤집기를 하고 있단다. 너를 보면서 '나도 이렇게 자랐겠구나..', '엄마의 손길이 정말 많이 필요했겠다.', '희생과 섬김으로 한 생명이 자라나는구나' 등등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단다.


참, 신기한 일들도 있었단다. 엄마는 너의 육아물품을 중고마켓에서 자주 겟(get)하고 있는데...(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는 당근 마켓이라는 앱이 있거든?) 너의 범퍼침대를 알아보다가 대학 동기를 만났지 뭐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니 그 많고 많은 물건 중에 하필 그 친구의 물건을 찜하게 됐고, 채팅을 하며 네고를 하다가 글쎄... '반갑다'인사를 남발하게 됐다니 말이야!!! 네고를 하던 중에 갑자기 '혹시 87년생이세요?' 이러는 거야. 나는 혹시 87년생이면 더 깎아주신다는 줄 알고 설레는 맘으로 맞다고 했더니..'너 000 맞아?' 하면서 엄마 이름을 언급하는 거야...!!!  그 친구와 sns (인스타, 페이스북) 친구라서 닉네임은 서로 알고 있었거든? 엄마가 중고 앱에서도 닉네임을 비슷하게 쓰고 있었어. 그래서 낯익은 닉네임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거였지. 정말 깜짝 놀랐어. 서로 대박이라고 하며 신기해했단다. 재밌는 날이었지. ^^ 할머니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네가 복덩이라고 하더라ㅋㅋㅋ 할머니의 의미부여도 참... 따봉!


요새 할머니가 가끔 오시고 있어. 우리 귀여운 라클이도 보고, 초보 엄마인 철부지 딸을 도우려고 힘든 발걸음을 하고 계시단다. 다리도 아프시고 기운도 달리실 텐데 말야ㅜㅜ (덕분에 엄마가 살고 있는데 할머니 건강이 걱정된다... 우리 나중에 할머니께 꼭 효도하자? 알겠지?!)


할머니는 우리 라클이를 보며 엄마 어렸을 적 얘기를 종종 하셔. 옛날 엄마 아기 때 모습이 생각나시나 봐. 엄마도 아기였을 때가 있었단다ㅋ 사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작고, 아무것도 모르고, 귀여웠던 시절이 있었지. 이 사실도 참 신기하지 않니? 아무튼 할머니가 우리 라클이를 보면서 "그래도 네 엄마보단 덜 우네~ 이 정도면 정말 착한 아기란다~"라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도대체 엄마는 얼마나 할머니를  힘들게 했으려나 가늠이 안된다. (엄마는 지금도 힘들다고 찡찡대고 있거든 ^^;;) 그래서 "엄마... 미안했어.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우리 라클이는 나에 비해서 효녀다. 효녀! 그치?"라고 했더니... 할머니가 곰곰이 생각하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야.


그래도 우리 딸 마음이 곱고 착해서...
엄마는 넘 좋았지.
그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중요한데~
삐뚤어지고 반항적으로 자라면
얼마나 힘든지 아니?
넌 효녀야~!

엄마는 순간 울컥했어. 잘 울고, 나약하기만 한 딸이 사춘기 때도 그렇고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를 참 힘들게 한 거 같은데... 잘 자랐다고, 효녀라고 말씀해주니까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어. 그냥 그 마음, 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시고 안아주시는 거 같았단다. 난데없이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지 뭐니. ㅜㅜ 눈물을 글썽이니까 '너 아직도 임신 호르몬 때문에 그런 거야~' 하면서 위트 있게 상황을 넘어가시더라. 나중에 우리 엄마, 라클이 할머니에 대해서도 엄마가 많이 얘기해줄게~ 정말 멋지고 예술적이고 감성이 뛰어나신 분이란다 ^^


우리 라클이.. 엄마가 요새 존재 자체로 사랑해주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해. 분유 정체기가 꽤 오래 지속되다 보니 엄마가 걱정도 되고 지쳤었나 봐.ㅜㅜ 조금만 먹으면 한숨 쉬고 다그치고... 맘마 먹일 때마다 긴장하고, 속이고, 억지로 먹여서 미안해. 우리 조그만 라클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해. 이 시기를 잘 지날 수 있도록 도와줬어야 했는데... 엄마의 안 좋은 태도로 더 길어지고 있는 거 같아 맘이 아프다. 엄마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렴. 널 존재 자체로 사랑하도록 더 노력할게. 넌 정말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만한 존재니까~


우리 아기 이제 곧 5개월이 되네. 아직 1년도, 아니 6개월도 안산 너에게 엄마는 후회와 미안함이 한가득이다. 분유 정체기를 맞으며 왜 그때 모유수유를 포기했을까, 자주 깜짝깜짝 놀라는 널 보며 신생아 때 더 많이 안아줄걸. 오늘 기저귀 발진이 심하게 난 걸 보고 어제 엄마가 피곤하다고 목욕 안 하고, 밤에 기저귀를 갈아주지 못한 걸.. 정말 후회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ㅜㅜ


아니 이 작은 세월 속에서도 벌써 이렇게 후회와 미안함이 쏟아지니 이를 어쩌니..ㅜㅜ 앞으로는 후회와 미안함이 없도록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 엄마가 사실 잔머리를 많이 쓰는데 이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 늘 간편하고 쉽고 행복한 방법을 찾고자 하는데 이게 진짜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지 잘 모르겠다. 특히 육아를 하면서는, 사람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심플하고 쉬운 건 없는 거 같아. 그래서 엄마는 요새 이렇게 기도한다? 그저 잘 감당하게 해 달라고. 묵묵히 나의 자리를 지키며 감사히 널 키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엄마는 뭘 하기도 전에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어. 그렇게 고민하고 스트레스받을 시간에 차라리 뭘 하나 하는 게 날 거 같아ㅋ 스트레스는 참 체계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받고, 정작 실행하거나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더디고 나약하기 짝이 없단다. 그래서 요샌 생각과 말을 줄이고 그냥 묵묵히 움직이기로 결심했단다. 그냥 작은 거 하나라도 천천히 묵묵히 하다 보면 그게 심플하고 정직한 행복을 주는 거 같더구나. 엄마 성향상 참 어렵지만 기도하면서 그 길을(?) 가보려 해. 하하하.


우리 소중한 라클아. 엄마가 많이 사랑해. 참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배우게 해 줘서 고마워. 예수님 이름으로 축복한다~♡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그런 아이가 됐음 해. 그 키만 잘 잡고 열으면 어떤 환경과 성향과 감정에 상관없이 넉넉히 승리하고 이길 거라 믿는다. 우리 그 방법을 계속 배워나가자. 존재 자체로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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