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돌아보기

나의 공간, 나의 사람

by 미니힐

유독 나에게 딱 맞는 것,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옷이든, 음식이든, 타이밍이든, 일이든, 어떤 공연이나 작품이든. 하지만 내가 신이 아닌 이상 나에게 딱 맞는 것을 100%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 후 나에게 맞는 몇 가지를 발견했다. 이를 발견한 이후로 나에게 맞는 공간, 나에게 맞는 사람에 맞춰서 살다 보니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평화로운 안정감을 누리게 되었다.


나는 직장생활을 잘하지 못했다. 잦은 이직과 도망치듯 퇴사한 게 대부분이니까. 하지만 돈이 필요했고, 당장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꾸역꾸역 회사에 나가 일을 했다. 회사는 정말 나와 맞지 않는 공간이었다. 상사가 있고,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경쟁시스템이 강한 곳. 숨이 막혀왔다. 거기에다가 잦은 비난과 상상 이상의 과업을 하게 되면 내 정신은 버티질 못했다. 초반에는 나의 멘탈을 자책하며 남들도 다 하는 거 나만 왜 유난이냐고, 더 인내하고, 잘 버텨보자며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대로였고, 실패가 쌓일수록 더욱 위축되고 직장생활이 어려워졌다.


정말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직장동료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이 과하게 들자 내 몸은 견디지 못하고, 구토하고, 피해망상이 생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무슨 음모가 있었다거나 폭행이 있었다거나 큰일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주관적인 나의 입장에서는 큰 상처와 아픔이었다.


“아...나란 사람...정말 안 되겠구나.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결국 퇴사를 했다. 그리고 또 얼마안가 상황에 몰려 급한 마음으로 꾸역꾸역 회사를 다녔다. 그렇게 아프고 도망치고 아프고 도망치다가 지금의 종착지를 찾게 된 것이다. 지금의 일을 만난 것에 감사하다.

‘아...재택근무. 바로 이거였어’


언젠가 영화에서 홀로 일하는 사람들, 재택근무, 온라인상이나 자유로운 시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본 적 있다.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저렇게 살 수 있는 생활양식이(?) 존재함으로 인해 안도했다. 그 동경했던 생활양식 존에 들어간 것!


사실 전에도 중간 중간 재택근무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페이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 때문에, 프로그램이 빨리 끝나는 바람에 다양한 이유로 오래 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하게 된 방송프로그램은 나와 성격도 너무 잘 맞고, 내용도 재밌고 심지어 은혜롭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너무 좋았다.


집에서 일하니 집중력, 몰입도, 효율성도 올라가고, 결과물도 훨씬 퀄리티있게 나왔다. 2주에 한번 나가는 방송프로그램이라서 심하게 쫄리지도 않고, 여유롭고 평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 하던 것처럼 그대로 한 것뿐인데 너무 열심히 한다고 칭찬도 들었다. 이 일을 만난 건, 이 사람들을 만난 건, 이 방송국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그의 배려 덕분에 아늑한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천국이 따로 없다. ‘빨리 일하고 돈 벌어야지!’라는 조급함은 사라지고, 지금 주어진 일들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여기며 지내고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책을 보고, 공부하고, 요리하고, 청소하면서 나는 육체적, 정서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 두근두근, 눈치 보고, 불안해하며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아늑한 공간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자니 처음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내 삶이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는 건가?’, ‘이렇게 안정감 있어도 되나?’, ‘이건 나답지 않은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 맞는 공간,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생략>--------



전체 글 내용은 출판 책에 담겨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센서티브’한 사람 사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