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의 이직 후 마주한 나
실패를 대하는 8가지 자세
실패를 대하는 자세 1. 아주 무너진 그날 밤
반복적인 실패에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모든 환경의 자극으로부터 일시정지. 며칠 동안 집에 콕 박혀 몰래 울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여동생에게 우는 모습을 들켰다.
“언니... 또 우는 거야? 정말 왜 이렇게 약해~ 언니를 의지하고 싶어도 의지할 수가 없어.”
그녀의 말 한마디에 남아있던 몇 가닥의 힘줄마저 끊어지고, 나는 아주 무너졌다. 동생에게 만큼은 언니로서,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주 우는 모습,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그래... 나는 너무 약해... 나는 루저야... 나는 실패자야...”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매일 나를 자책하고 자학하며 악몽을 꿨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이럴 거면 뭐하러 살아.’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의 꼬리는 멈추지 않고 나를 어둠 속으로 내몰았다.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 2. 나도 감당 못하는 실패담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 아직 안정된 마음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6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소모임이었다. 깊이 친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쭈구리여도 말하기 좋아하는 나는, 나의 근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또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저랑 너무 안 맞는 사람을 또 만난 거예요. 잘 참아보려고 했는데 에너지가 없었어요. 아시잖아요. 저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고, 힘이 없었어요. 그런데 또 그런 상황에서 너무 힘든 사람을 만나니까 제가 자꾸 고장 나는 거예요. 일에도 집중 못하고, 그렇다고 속 시원히 싸우지도 못하고, 혼자 속앓이만 하다가 일도 망치고 하루를 망치고... 그러다 결국 또 일을 정리하게 됐어요. 너무 반복적으로 그만두고 이직하니까~ 뭐랄까... 제 자신이 한심한 거 같아요. 저 자신이 너무 싫어요.”
첫 나눔부터 너무 솔직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터뜨렸다. 사람들은 약간 당황해하기도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순간적으로 속시원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갑자기 내 얼굴 위 수치심이 달아올랐다. ‘이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불쌍하게 생각할까? 루저로 생각할까? 나는 이들에게서까지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것일까? 부끄럽다. 싫다. 이 자리를 피하고 싶다.’ 모임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 3. 공황장애
그날 이후, 그 모임에 나가지 못했다. 몇 번 발걸음을 옮겼지만 다시 돌아왔다. 모임 장소 앞까지 와서 서성이며 망설이기를 반복하다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식은땀이 흘렀다.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 앞에서 웃으며 괜찮은 척 나타날 수 없었다. 어떤 가면도 어떤 예의도 갖출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고장 난 마음과 몸에 갇혀가고 있었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 4. 나를 돌아보는 시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극복할 수는 있을지. 뒤죽박죽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엉켜 붙어 있었다. 실타래를 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를 돌아보는 글.
반복되는 실수와 실패, 나의 이력과 내가 이룬 성과,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못하는 것. 첫 번째 직장, 두 번째 직장, 세 번째 직장... 16번째 직장, 내 삶의 크고 작은 사건들, 학창 시절,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에게 들었던 얘기들까지 하나하나 적어보았다. 돌아보니 놀랍게도 다 나름의 히스토리가 있었다. 내가 그때 왜 힘들어했는지. 왜 그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는지.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나의 단점은 무엇인지. 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호했던 과거가 구체화되니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다 이유가 있었구나..."
낮아진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됐다. 막연히 상처라 생각했던 과거도 꺼내놓고 보니 별게 아니었다. 다만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필요했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 5. 나를 알고 인정하기
쉬는 동안 심리서적을 많이 읽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일자 샌드의 <샌서티브> 책. 이 책은 나의 성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책이다. 민감한 사람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었다. 내가 왜 그 상황을 힘들어했고, 왜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했다. 나의 실수, 실패, 단점들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나를 받아들이고 화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단순히 합리화하는 게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를 사랑해야 했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 6. 극복하기
몇 개월이 지난 후, 안정을 찾은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원하는 일과 안정적인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똑같은 문제를 맞닥뜨렸다. 나와 너무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게 된 것. 그 사람과 의사소통할 때마다 패닉 상태가 됐다. 그 사람의 말 하나하나에 너무 큰 영향을 받았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감정에 휘말렸다. 하지만 나는 또 도망치기 싫었다. 이런 갈등으로 원하는 일을 포기하기 싫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고 싶었다. 또다시, 무너지기 싫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내 마음을 다스렸다.
“나는 지금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우선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지만 그 사람도 어떤 이유가 있을 거야. 지금 내가 다 알 수 없어. 나는 지금 멘탈을 챙겨야 하고 업무에 집중하면 돼."
무릎 꿇고 기도했다. 나를 가이드해달라고. 어떻게 반응해야 되냐고. 나의 마음을 다스려달라고. 옳은 방법과 방향이 있다면 기꺼이 따르겠다고.
회사에서도 워낙 자기주장이 센 사람으로 유명했다. 무례하게 말할 때마다 불쾌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내가 이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에 매몰되면 일을 할 수 없었다. 잠시 내 감정을 내려놓을 방법이 필요했다. 내가 찾은 방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였다. 기도 후 마음이 차분해졌고, 무사히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그분에게 무엇이 힘들었는지 얘기를 했고, 감사하게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 7. 나의 약함 활용하기
나는 나의 민감함, 예민함을 최대한 감추려 했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가면을 쓰고 직장생활을 해왔었다. 언제나 늘 한결같이 밝고 강하고 재밌는 사람으로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였다. 작은 일에 많이 위축됐고 사소한 일에 크게 기뻐했다. 이제는 감추려고만 했던, 부정적으로만 치부했던 나의 민감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민감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민감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다른 이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상황, 사람, 사건들을 캐치할 수 있다.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상태인지 파악이 되면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일할 때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도 이런 센서는 도움이 됐다. 또 자극도 크게 받지만 그만큼 내면에서의 반응이 풍부해 인풋에 비해서 아웃풋이 풍성하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의기소침해 보이고, 걱정이 많아 보이지만 민감한 사람들을 잘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 8. 실패의 유익
16번의 이직과 실패로 인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성향을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의 장단점과 극복해야 할 점들을 깨닫게 되었다. 또 소중한 사람들, 나를 응원해준 이들을 기억한다. 열정 많지만 민감한 나. 많은 실패를 했지만 그만큼 많은 도전을 했다. 실패는 실패대로 교훈을 얻었고, 도전은 도전대로 배운 것들이 있다. 내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업무들. 내가 실패하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값진 경험들이다.
실패했는가? 과거는 과거일 뿐 매몰되지 말자!
실패의 교훈을 갖고 좀 더 나아질 미래를 꿈꾸자!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