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프리랜서 작가의 도전 과제

by 미니힐

다시 일을 알아보았다. 나한테 맞는 일을 찾고 싶었다. 조용히 혼자 일하고 싶어 재택근무로 알아보았다. 전부터 재택근무로 일하고 싶었는데 막내작가 때는 업무상 상주해야 했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했고, 서브작가 이후부터는 가능하긴 했지만 페이가 적고, 적절한 방송을 찾기 어려웠다.


기독교방송국 재택 프리랜서 작가 구인공고가 떴다. 페이가 정말 적었지만 편하게 일해보고 싶었다. 재택근무고 2주에 한 번 방송이라서 널럴한 일정이었다.


종교방송은 처음이었는데 만드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집에서 일하니 쓸데없는 감정 소모나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이나 눈치 볼 상황도 없었다. 제작진, 출연진들도 너무 좋고, 일정도 타이트하지 않아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일을 하면서 포기한 것도 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오랜만에 맛보는 안정감, 익숙함, 평온함. 시간적 여유가 생겨 배워보고 싶었던 동화, 그림도 공부하고, 중간 중간 단기 프로그램 작가 및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나의 삶은 참 평화롭다.




시간이 지나고 나를 돌아보니 ‘참 겁이 많은 사람이구나’를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비난, 갈등, 책임감을 마주하게 되면 극도로 공격적으로 되거나 아예 회피해버렸다. 자존심도 세고, 나만의 고집도 있어서 나의 기준과 나의 생각을 꺾는 것이 참 어려웠다. 그렇다고 그 고집을 잘 감당하지도 못했다.


소통과 조율하는 것도 무척 어렵고 에너지가 많이 들어갔다. 무슨 건의나, 문의를 할 때마다 이미 온갖 걱정과 시뮬레이션에 지쳐있어 소통과 조율의 시간을 포기했다. 힘을 빼고,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겁이 나면 겁이 나는대로 가만히 있고 싶다. 못하면 못하는대로 그대로 있고 싶다.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이다. 이제 나의 최선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을 만나든지 내가 다 해결하려고 하거나 도망치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 모든 상황이 융화되어 정리되는 상황까지 기다려보는 걸로. 그리고 조금만 더 겸손해지기를 바라본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따라가고 함께 하다보면 정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거 같다. 소통과 조율을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씩 표현하고 많이 듣고, 배려하자. 차분히, 고요하게, 겸손하게 내가 있는 자리를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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