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4남매 가정보육, 내 집 앞 눈 쓸기 당첨에도 감사한 이유
3년동안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삶에 변화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는 ‘어떤 상황이라도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117년 만의 11월 폭설로 인해 휴교, 휴원 문자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소나무 위로 눈이 30센치 정도 쌓여있었고, 마당도 집 앞 도로도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이렇게까지 눈이 많이 온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쌓여있어서 놀랐다.
첫눈인데 제대로 내려서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육아로 지쳐 있을 때는 4남매 가정보육 당첨소식이 달갑지 않았다.
코로나 초기에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6개월간 남편과 떨어져 지내며 가정보육을 홀로 도맡아 했다.
그때의 후유증으로 4남매와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었다.
다행히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해 번아웃이 왔었던 것이다.
지금은 미니멀라이프 3년 차라 그런지 4남매와 함께 하는 하루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 어린이집 갈 때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편 직업 특성상 주말에도 홀로 4남매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
’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긍정 마인드셋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4남매와 함께 지내는 일상이 버겁지 않아 졌고 예전보다는 즐기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가정보육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남편은 동네 내리막길 제설작업이 되지 않아 늦은 출근을 하게 되었다.
얼른 아침을 간단히 먹고 대충 집돌보기를 마치고 9시 조금 넘어 나가서 집 앞 눈쓸기를 했다.
아이들은 눈이 와서 마냥 신났고, 나와 남편은 아이들과 논다는 마음을 가지고 눈을 쓸었다.
앞집 할아버님이 먼저 나와서 쓸고 계셨는데 매해 이렇게 집 앞 눈을 쓰셨을 것을 생각하니 존경스럽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자신의 공간과 집 앞 공간까지도 아끼고 사랑해 주는 모습을 눈을 쓰시는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늘 텃밭 관리도 잘하시고 옥상 작물들도 관리하시는데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미 윗집 할머님은 계단과 우리 집 앞 계단까지 쓸어놓고 출근하신 모양이다.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정말 놀랍고 감사하다.
아파트 살 때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주택에 살며 알아가게 되었다.
이렇게 부지런하신 동네 어르신들을 보며 ’ 삶을 대하는 태도, 자세‘를 배우고 있다.
한 번은 마당 잡초 뽑으시는 것 보면서 ’항상 하시면서 힘드셨겠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니,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다 ‘ 고 답하셨다.
오랜 세월 주택생활을 해오셔서인지 ’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 여기며 하시는 듯했다.
결혼 후 주택 생활이 처음이다.
주택 살며 낙엽 쓸고 잡초 뽑고 눈 쓰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최근에 목디스크 판정을 받아 ‘눈 오기 전에 이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눈이지만 어제 눈 예보를 들으면서 ‘하~, 또 눈 쓸어야 하나?‘라는 말을 내뱉기도 했었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오늘은 여느 때와 다르게 긍정 마인드셋을 하고 눈을 쓸었다.
‘주택에 살 때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눈을 쓸어보겠나’ , ’ 이왕 하는 거 아이들과 논다는 마음으로, 운동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쓸었다.
습설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안 쓸렸다.
삽으로도 퍼서 날랐다.
너무 열심히 쓸어서 오후에 목 통증이 심해져서 정형외과 가서 주사 맞고 물리치료받고 오긴 했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윗집 아이들과 신나게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
아이들에게 마당에서의 생활을 누리게 해주고 싶어서 주택으로 이사 왔던 것도 기억해 냈다.
’ 이사 가기 전에 마당생활을 신나게 누리자. 얘들아~‘
땀나도록 눈을 쓴 뒤에 느껴지는 뿌듯함과 쾌감이 있었다. 이것 또한 청소력인가?
나의 작은 움직임으로 동네분들과 우리 가족이 미끄러지지 않고 조금이나마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하니 기뻤다.
아이들을 씻기고 오랜만에 오신 부모님과 장 보러 다녀왔다.
대형마트 주차장은 포크레인 기사님이 제설작업하고 계신 것을 보았다.
곳곳에서 이렇게 눈 오면 눈 쓸고 제설작업 하시는 분들의 손길들이 있기에 눈 오는 날 편하게 길을 지나다닐 수 있었구나. 새삼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나도 그런 일에 작게나마 쓰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상 기후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 폭설도 이상 기후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지키기 위해 ‘나 한 사람이라도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는 마음도 다시 한번 다짐해 보았다.
천연수세미 사용하기, 설거지바 사용하기, 플라스틱 사용 자제하기, 텀블러 애용하기, 장바구니 생활화하기,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사용자제하기, 정리한다고 플라스틱 수납용품 구매하지 않기 등을 실천하며 제로웨이스트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귀찮게 여겨지던 집 앞 눈 쓸기를 의미를 부여하며 즐기며 할 수 있게 되었다.
건강하기에 눈을 쓸 수 있는 체력이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4남매 가정보육에도 마음 어려워하지 않고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즐기고 살았다.
오늘도 그저 감사하다.
매일을 즐기며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미니멀라이프 안 할 이유 무엇?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내고 얻게 된 여백들과 시간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며 마음을 돌아보게 해 준 미니멀라이프 실천하게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