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옷 38벌로 사는 나
22년 2월 아이들 방학과 감기와 코로나 확진으로
네 아이와 한 달 내내 함께 했다.
초등학생인 첫째와는 겨울방학으로 두 달을 함께 했다.
3월부터 편한 마음으로 18개월 막둥이까지 어린이집을 보냈다.
드디어 자유를 만끽하며 매일 한 곳씩 비워내기를
시작했다.
그 당시 19평에서 6인 가족이 살았는데
옷은 안방 장롱과 작은 플라스틱 서랍장과
남편방 침대 밑 수납장과
작은 방 붙박이장 위칸에 압축팩에 한가득
모아 두었다.
감사하게 많은 분들께서 사남매 옷과 신발들을
물려주셔서
첫째 1학년인데 6학년때까지 입을 옷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다 넣어둘 공간도 부족했고
미니멀라이프 실천을 하기로 결심해서
내년까지 입을 옷들만
추려내고 나머지는 나눔을 하기로 했다.
많은 옷들을 일단 다 꺼내고 압축팩에
첫째 겨울, 둘째 여름 등등
라벨링을 하기 시작했다.
한 명당 2개씩만 넣어두자는 마음으로
옷을 골라냈다.
IMF때 직격타를 맞아 힘든 시절을 보내서인지
9년 동안 옷을 비우지 못하게 했던 남편에게
특별히 허락을 받아 신나게 비우기 시작했다.
비울 옷, 나눌 옷, 기부할 옷 분리해 놓고
헌 옷 수거 업체에 먼저 연락했다.
10분도 안 되어 오셔서 가져가시면서
‘이런 건 빨리 처리해 드려야지요~’
하시면서 오천원 주고 가셨다.
내 마음을 알아주셔서 감사했다.
내 눈앞에 더 있었으면
‘그 옷 필요할 텐데 다시 꺼낼까?‘
라며 고민했을 게 분명하다.
‘아이가 많으니까, 막내 아이가 어리니까,
살 빼면 입을 거야, 내가 애들 보기도 바쁜데
정리할 시간이 어디 있어~’라는
여러 핑계들을 대며 게을렀던 걸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나머지는 다음날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예전보다 가벼워진 옷장을 보니
마음까지 가벼운 듯했다.
전에는 누가 볼까 봐 창피한 옷장이었는데
정리했더니 자꾸 열어보고 싶어졌다.
둘째 딸이 와서 보더니 ’너무 예쁘다~‘
라고 하더니
나중에 하원하고 온 셋째, 넷째에게 옷장을
열어 보이며 ‘너무 예쁘지?’라고 했다.
36,18개월 아가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고
누나가 좋아하니 같이 좋아해 줬다.
아이들 눈에도 정리된 옷장은 예뻐 보이나 보다.
이불도 비우고 싶지만 부모님이 주신 것이 많고
아이들은 작은방에서 안방에서 나눠 자고
부모님이 오시면 아이들은 거실에서 자야 하기에
다 사용하는 이불이라 비워내기가 어려웠다.
아직 옆방 붙박이장에 아이들 옷이 압축팩에
1인당 2,3개씩 있지만
바로 입을 옷들이 나름 정리되어 있으니
아이들도 잘 찾아 입을 것 같았다.
나의 사계절 옷은 속옷과 양말까지 50벌이
안 되게 비워냈다.
지금은 38벌로 살아가고 있다.
한눈에 다 보이니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옷을 사면 기존의 옷을 비워내며 개수를
늘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한눈에 다 보이니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외출복이 정해져 있어서 외출 준비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이들도 잘 때 입는 옷, 외출할 때 입는 옷
정해져 있으니 알아서 잘 찾아 입는다.
옷을 비우고 정리했더니
등교, 등원 시간도 줄어들어 아침에 아이들과
실랑이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아무도 내가 입는 옷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더 쉽게 옷을
비워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옷에 대한 미련과 함께 옷을 많이 비워냈더니
삶이 조금씩 윤택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