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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Mar 09. 2023

사남매 키우며 장난감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장난감은 엄마를 위한 것

넷째 임신 때 19평 작은 아파트로 이사해서 살게 되었다. 우리 집은 평수에 비해 물건이 많았다.

아이가 많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물건들을 많이 들여왔다. 아이들 장난감은 연령대별로 고르게 하나씩.

같은 장난감이 두 개씩 있는 것도 있었다.

내돈내산 장난감은 다*소에서 산 천 원짜리 한 두 개 정도이다. 나머지는 감사하게도 선물 받거나 물려받은 것이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며 장난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엄마가 편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쥐어주는 물건이라고 여겨졌다. 괜한 쓰레기를 내 돈 들여 사지 말아야겠다 결심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사주면 며칠 못가 금새 싫증을 내곤 한다.

정리습관이 잘 들여있지 않은 아이들이 장난감 하나씩만 들고 어지럽히면 다 내가 치워야 할 일거리들이었다.

한참 미니멀라이프 초기에는 거실이 무조건 하얗게 도배되어 있길 바랐다. 알록달록한 장난감이 내 눈에 띄지 않게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놀이방을 만들어줬다. 덥거나 추워도 아이들은 베란다 구석 공간을 좋아했다.

날씨 좋은 때는 베란다에서 놀고 많이 춥거나 더울 때는 거실로 장난감을 가지고 나와서 놀았다.

자동차 외에 장난감들은 블럭 말고는 자주 가지고 놀지 않았다. 없어져도 모를 것 같은 자질구레한 장난감들은 내 선에서 비워나갔다.

비워내도 모를 장난감들인데 허락받지 않고 비워서 '아이들에게 괜한 미움을 받게 되는 건 아닐까' 하며 비우는 것을 겁내하던 때도 있었다.

요즘에는 조금 커서인지 '이거 비워도 돼?'라고 물으면 '이건 되고 저건 안 돼요'라며 알려준다.

아직 어린 셋째와 넷째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비워낸다.

크기가 커서 눈에 띄는 장난감들은 임시 보관함에 넣어두었다가 며칠 동안 찾지 않으면 비워냈다.

가끔가다가 찾는 장난감이 없으면 "엄마가 버렸어?"라고 물어봐서 뜨끔하기도 하지만 그때만 잠깐 넘기면 괜찮다. 


나쁜 엄마라고 인식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때도 있지만 장난감 치우면서 화내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아이넷까지 키워보니 아이들은 완제품으로 된 장난감보다는 블럭과 레고 같은 조립식 장난감을 좋아하고 장난감보다는 생활용품을 좋아한다.

둘째 때까지는 주방 하부장에 잠금장치를 해두었지만 셋째 때부터는 마음을 비우고 가지고 놀아도 되는 위험하지 않은 주방용품들을 놓아두었다.

요리하고 있으면 어느새 와서 사부작거리며 냄비랑 국자 등을 꺼내 놀고 있다. 엄마 하는 거 따라 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저학년인 첫째부터 4살 셋째까지 모두 가지고 노는 걸 보니 생활용품으로 노는 게 재미있는 게 확실하다.


어려서부터 장난감을 사줘 본 일이 없다 보니 마트에 가서도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가끔 4살 셋째가 어쩌다가 한 번씩 스티커북을 사달라고 조르긴 한다. 아이들은 장난감보다는 함께 놀 엄마, 아빠를 좋아한다. 함께 눈 마주치고 살 맞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도 조금이나마 아이들과 더 눈 마주치고 놀고 싶어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가고 있다.  

장난감 정리하라고 잔소리하기 싫어서 열심히 비우고 있을 때도 있지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오늘도 조금씩 장난감을 비워내고 있다.

그리고 다둥이에겐 확실히 더욱 장난감이 많이 필요없다.

형제들끼리 서로 몸으로 놀고 역할놀이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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