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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Mar 14. 2023

6인 가족 거실이야기

거실의 모든 물건이 사용되고 있다

결혼 9년 차 이사 5번(해외이사포함)의 기록을 가지고도 아직도 많은 짐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4개월간 매일 1개 이상의 물건을 비워냈다. 비운 물건 중에 후회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집으로 이사 올 때 10평을 늘려서 왔다. '6인 가족 트럭 한 대로 이사 가기'가 목표였는데 5톤 윙바디 트럭을 꽉꽉 채워 이사했다.

보기보다 잔짐들이 많았다. 이사업체에서는 6인가족 짐이 이 정도면 적은 거라고 하셨다.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을 비워냈는데 몇 톤의 물건을 소유하고 살았던 것일까?

우리 집의 물건이 가족 수에 비해 적은 거라고 하신다면 다른 집은 도대체 얼마만큼의 물건을 가지고 사는 것일까?


거실에는 나의 힐링 존(안락의자와 작은 테이블)과 아이들을 위한 책장과 의자가 있다. 어린이 의자에서 4남매는 의자를 변형시켜 놀기도 하고 책을 꺼내 읽기도 한다. 책장 가장 가까운 의자는 첫째 아드님의

전용의자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까지도 애착의자로 사용하고 있다. 언제든 조용해서 어디 있나 보면 책을 꺼내 앉아 읽고 있다.

덩치 큰 소파는 나중에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들일 예정이다. 아직은 유아소파로 만족하려 한다. 책장에 있는 책들은 비우고 비우고 추리고 추려서 남겨뒀다. 한 칸은 도서관 책 보관 장소이다.  

안방에도 책장 작은 게 두 개가 있다.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놓아두었다.  


육아를 시작하며 ‘책육아’라는 단어에 꽂혀서 중고로 들여오고 여기저기서 물려받고 나눔 받고 넷째 만삭 때도 무료 나눔 받으러 다니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다. 다 내가 어렸을 때 책을 읽지 않아서 아이들만큼은 책을 많이 읽고 지혜로운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하는 나의 바람 때문이 아니었을까?

책이 보이는 곳에 많이 있어야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한 번씩 읽는다고 해서 여기저기 책을 깔아 뒀다.

바구니에도 넣어두었고 벽에 세워놓기도 했었다. 심지어 이사오기 전 집에서는 베란다에도 책장을 놓아두었다. 그 덕에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책장에 있는 책을 어쩌다 한 번

꺼내어 본다. 오히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더 좋아한다. 자기 직전까지도 도서관 책들을 읽고 키득키득거린다. 셋째, 넷째는 아직 어려서 책을 찢어서 도서관 책을 손에 쥐어주지 않는다.

요즘엔 책을 더 비워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기부하려고 상자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나눔 하려고 쇼핑백에 넣어두었다.

나 또한 요즘 내 책장에 있는 책을 읽지 않고 도서관에 가서 대여해 온 책을 읽는다.

'도서관이 내 책장'이라는 생각을 하니 지금 가지고 있는 책들을 아까워하지 않고 무료로 나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 몇 권 나눔 한다고 올렸더니 연락이 와서 나눔 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일 수 있으니 그냥 버리지 않고 나눔 하기로 했다.

미니멀라이프 실천 초반에는 무조건 버리기 일쑤였다.

어떻게든 물건이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지고 빈 공간이 생겨나길 바랐기 때문이다.


거실에 있는 안락의자와 테이블, 디지털 피아노가 있는 곳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나의 힐링

스팟이다. 안락의자는 이사오기 전 집에 살 때 막내 수유의자 대신으로 큰맘 먹고 구매했다.

지금은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들을 안고 있기도 한다.

남편이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왔다가 남는 시간에 잠깐 앉아 낮잠을 청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피아노를 치면 아이들이 옆에 있는 스툴에 앉아 피아노를 뚱땅 거리며 친다. 그 모습을 담은 나의 유튜브 영상은 지금 봐도 너무 아름답다.

나의 취미생활을 아이들이 같이 즐겨주니 기쁘다. 아이들도 피아노를 배워서 함께 연주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식탁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을 가면 나의 책상이 된다.

방에 내 책상이 따로 있는데 이사 와서는 식탁에 앉아 거실 창 밖 풍경을 보며 할 일 하는 게 좋아졌다.

1층이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창문의 반을 시트지로 가려놓았지만 그 위로 보이는 하늘과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아름답다.

겨울에 눈이 내릴 때 본 눈 덮인 소나무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미니멀라이프라고 해서 무조건 비우기보다는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우고 싶다.

아무것도 없는 거실을 상상하기보다는 조금은 따뜻해 보이는 거실이면 좋겠다.

거실에 아직 많은 물건들이 있어 '이게 무슨 미니멀라이프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나의 마음은 미니멀해졌다.

‘라이프’가 ‘미니멀’이 될 때까지 계속 비움과 채움을 이어갈 것이다. 물건을 비우고 경험과 가치 있는 것들로 채우는 삶, '아름다운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싶다. 거실에 쓰임 받지 못하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

매일 쓰이고 있는 물건들 더 아껴주고 잘 사용해야겠다.


둘째 입학 전 오전 8시도 안 되어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현관 안까지 들어오셔서 취학통지서 전해주시면서 서명을 받고 가셨다. 전 날 저녁에 거실정리를 해두고 자서 다행이었다.

미니멀라이프 하기 전에는 누가 오기 전에 몇 시간이고 물건 치우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항상 오전, 오후 집돌보기 시간이 있고 물건이 적어져서 누가 언제 와도 괜찮은 집이 되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집이 되었다.


미니멀라이프하길 잘했다.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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