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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Mar 17. 2023

6인 가족 미니멀 냉장고 이야기

'냉창고'가 아니라 '냉장고'가 되는 그날까지

9개월 전 냉장고


23.3.17 냉장고


4남매를 키우며 집안일에 허우적거리고 육아에 힘들어서 냉장고를 냉창고가 되도록 방치하고 살았던 때가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 냉장고는 음식 하나 넣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가득 차 있었다.

위의 사진도 4남매 중 셋째인 친한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대대적인 정리를 해주고 간 뒤의 사진이다.

그날의 부끄러움을 잊지 못한다.

곰팡이 하얗게 핀 김치통이 서너 개, 먹다 남겨둔 반찬통 여러 개, 유통기한 지난 소스들과 냉동식품 등등

많은 음식물들을 날 잡고 비워냈다.

'언젠가 먹겠지'하며 방치해 놓은 음식물들이 냉장고 하나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많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서 혹시나 누가 볼까 노심초사했다.

'죄송합니다'를 속으로 말하며 몇 번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왔다 갔다 했다.

4남매를 키우면서 냉장고 정리 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냐는 친구의 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게으름과 무기력의 끝판왕을 달리고 있던 나의 모습을 반성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날 이후로 친구가 놀러 오기 전날은 냉장고 정리하는 날이었다. 친구에게 깨끗해진 냉장고 상태로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내어 정리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며 매일 신나게 물건을 비워내기 시작하던 때라 냉장고의 빈칸을 맞이할 때의 쾌감을 잊지 못한다.

그날 이후로 결심했다. 우리 집 냉장고가 냉창고가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더 이상 지구에게 미안한 일 하지 않기 위해 신선한 음식을 소량으로 사서 빨리 요리해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사람은 간사한지라 다시 냉장고가 꽉꽉 채워지기를 반복하던 날도 있었다. 뾰족한 방법이 필요했다. 재고를 파악하고 식단표를 짜는 것이었다.

냉장고 속에 있는 재료들을 나열해 그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요일별로 간단히 적어 내려갔다. 주말은 변수가 많으니 빈칸으로 남겨두었다.

돌발상황이 벌어져서 식단표대로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큰 틀이 있으니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간단히 요리를 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거의 다 소진해갈 때 필요한 재료들만 구매해 온다.

그동안의 노력이 쌓여 지금의 냉장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냉장고에는 김치 두통, 호박즙, 장류, 소스류, 팥, 콩,

대파, 양파, 감자 두 알, 당근 반 개, 콜라비, 얼려둔 밥, 어제저녁 남긴 반찬 등이 있다.

오늘 저녁은 고기 조금 사 와서 카레를 해 먹어야겠다.


우유 소진이 많은 집이라 대형마트에 가서 사 오는데

꼭 필요한 것만 적어서 사 오려고 한다.

되도록이면 아이들과 함께 가지 않고 혼자 다녀온다. 같이 갈 때는 미리 말해둔다.

'사달라고 조르지 않기야~'

셋째, 넷째는 아직 어려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를 때도 있지만 과자 작은 거 하나 정도만 손에 들려서 마트를 나온다.

어려서부터 음식물 남기지 않는 습관을 들이도록 나부터 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부모님이 가끔 오셔서 텅텅 빈 냉장고를 보며 '뭐 먹고살고 있는 거냐'라고 물으실 때가 있는데 오히려 냉장고가 비워지고 난 후 더 잘 챙겨 먹게 된 것 같다.

그전에는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배달음식 시켜 먹기 바빴기 때문이다.

아직도 식습관이 좋지는 않지만 몸에 좋은 음식들로

채워가고자 하는 마음도 생겼다.


미니멀라이프로 냉장고 속을 점검하게 되었다.

식비절약은 물론 음식물쓰레기를 최소한으로 하게 되어 환경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의 선순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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