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 사남매맘 Jun 12. 2023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4남매와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 실천을 시작하고 몇 번이고 챙겨봤던 일본드라마가 있다.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제목의 일드이다. 주인공이 아무것도 없는 거실 바닥을 밀대로 닦는 모습으로 항상 끝이 난다.


출처: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엔딩 장면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나도 언젠가는 아무것도 없는 거실 바닥을 뛰어다니며 밀대걸레질을 하는 날이 오려나?' 일드 내용에 고등학교 때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면서 생을 마감하려고 하다가 방을 보니 이대로 끝냈다가는 창피할 것 같은 마음에 정신을 차리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물건을 비워가면서 말할 수 없이 기뻐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지인들이 놀러 와 텅텅 비어있는 집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직 이삿짐이 다 도착하지 않은 거냐며 생활용품들은 어디 있는지 묻는다. 리모컨, 티슈 등 자잘한 물건들이 서랍 안에 들어가 있는 걸 보며 또 한 번 놀란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도 아이들이 많은 것에 비해 물건이 적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노후주택이라 예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만 놓인 거실

저번에 친구들이 이사하고 처음 놀러 왔는데 ’ 그래,역시 집에 물건이 적어야 돼 ‘라고 말해줬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1년 동안 매일 비우고 정리하길 반복한 것에 대해 칭찬받는 느낌이었다. 이사할 때에도 업체에서 견적 보러 오셨을 때 4남매 키우고 있다니 놀라셨다. 이 정도면 다른 집에 비해 물건이 정말 적은 거라고 하셨다.


필요할 것 같아 많이 가지고 지내면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물건이 적어지니 더 행복하다. 집안일이 수월해지고 여유시간이 생긴다. 집이 난장판이면 괜히 아이들에게 짜증과 화를 내게 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몸을 움직여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을 보면 마음도 정리되고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 정리시간 외에 아이들이 장난감을 마구 늘어놓을 때도 조금은 관대해지게 된다. 장난감의 양도 적으니 아이들과 함께 정리시간에 정리하게 되면 금방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라 언제 세상을 떠나게 될지 모른다. 일드를 보고 난 후에 나의 생각과 태도도 달라지게 되었다. 마지막 모습이 창피하지 않도록 집을 늘 단정하게 단출하게 해 놓고 지내고 싶어졌다. 꼭 마지막을 위한 정리는 아니지만 ‘현재’를 살아갈 때도 정리는 늘 필요하다. 물건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중에 몇 분이나 될까? 제자리를 정해두면 물건을 찾는데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횟수도 줄어든다. 4남매와 함께 지내고 있기에 한 명이 한 번씩만 '엄마'를 불러도 네 번이라 엄마의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자리 정해두기는 필수다.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다고 하기에는 가족이 너무 많아 각자 필요한 물건들이 있어 어려울 것 같다. ’ 우리 집엔 (쓰이지 않는 물건이) 아무것도 없어 ‘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게 될 때까지 비워낼 생각이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관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그만 쓰고 싶다.

그 시간을 더 알차고 즐겁게 행복으로 채워가고 싶다.


빨래까지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빈바닥 볼 수 있는 안방
아이들이 정리해두어 뚜껑이 닫히진 않았지만 4남매 장난감 모두
아무것도 올려두지 않은 주방은 아니지만


이전 27화 미니멀라이프로 쓰게 된 미니멀 버킷리스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