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와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 실천을 시작하고 몇 번이고 챙겨봤던 일본드라마가 있다.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제목의 일드이다. 주인공이 아무것도 없는 거실 바닥을 밀대로 닦는 모습으로 항상 끝이 난다.
엔딩 장면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나도 언젠가는 아무것도 없는 거실 바닥을 뛰어다니며 밀대걸레질을 하는 날이 오려나?' 일드 내용에 고등학교 때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면서 생을 마감하려고 하다가 방을 보니 이대로 끝냈다가는 창피할 것 같은 마음에 정신을 차리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물건을 비워가면서 말할 수 없이 기뻐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지인들이 놀러 와 텅텅 비어있는 집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직 이삿짐이 다 도착하지 않은 거냐며 생활용품들은 어디 있는지 묻는다. 리모컨, 티슈 등 자잘한 물건들이 서랍 안에 들어가 있는 걸 보며 또 한 번 놀란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도 아이들이 많은 것에 비해 물건이 적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번에 친구들이 이사하고 처음 놀러 왔는데 ’ 그래,역시 집에 물건이 적어야 돼 ‘라고 말해줬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1년 동안 매일 비우고 정리하길 반복한 것에 대해 칭찬받는 느낌이었다. 이사할 때에도 업체에서 견적 보러 오셨을 때 4남매 키우고 있다니 놀라셨다. 이 정도면 다른 집에 비해 물건이 정말 적은 거라고 하셨다.
필요할 것 같아 많이 가지고 지내면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물건이 적어지니 더 행복하다. 집안일이 수월해지고 여유시간이 생긴다. 집이 난장판이면 괜히 아이들에게 짜증과 화를 내게 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몸을 움직여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을 보면 마음도 정리되고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 정리시간 외에 아이들이 장난감을 마구 늘어놓을 때도 조금은 관대해지게 된다. 장난감의 양도 적으니 아이들과 함께 정리시간에 정리하게 되면 금방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라 언제 세상을 떠나게 될지 모른다. 일드를 보고 난 후에 나의 생각과 태도도 달라지게 되었다. 마지막 모습이 창피하지 않도록 집을 늘 단정하게 단출하게 해 놓고 지내고 싶어졌다. 꼭 마지막을 위한 정리는 아니지만 ‘현재’를 살아갈 때도 정리는 늘 필요하다. 물건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중에 몇 분이나 될까? 제자리를 정해두면 물건을 찾는데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횟수도 줄어든다. 4남매와 함께 지내고 있기에 한 명이 한 번씩만 '엄마'를 불러도 네 번이라 엄마의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자리 정해두기는 필수다.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다고 하기에는 가족이 너무 많아 각자 필요한 물건들이 있어 어려울 것 같다. ’ 우리 집엔 (쓰이지 않는 물건이) 아무것도 없어 ‘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게 될 때까지 비워낼 생각이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관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그만 쓰고 싶다.
그 시간을 더 알차고 즐겁게 행복으로 채워가고 싶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