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요요가 있듯이 물건을 비우고 정리함에 있어도 요요가 있다는 거 아세요? 조금만 방심해도 눈 깜박할새 쌓이는 먼지들처럼 물건들도 금방 쌓이게 되거든요. 어수선해지는 건 머 한순간이라는 거.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물건들에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거기에 자그마한 관심까지 준다면 참 좋을 텐데.
무작정 물건을 비우고 조금씩 생겨나는 빈 공간들에 남은 물건들을 정리하기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그때처럼 물건 관리를 한다면 머 완전한 미니멀라이프에는 더 빨리 갈 수도 있겠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에요.
살면서 힘들 때 미니멀라이프를 만나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고, 사랑하게 된 지금. 그저 꾸준히 함께 같이 가는 거. 그거 하나면 충분하답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남아있는 물건들을 살피고 있습니다.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쓸모를 다한 물건은 없는지. 시시 탐탐 자리를 노리는 물건들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이렇게 물건들을 관리하다 보면 깔끔해진 공간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물론 단순해진 집안일, 여유 있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오늘따라 제 삶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는데요. 글쎄 책상 정리를 제일 먼저 하고 있더라고요. 게으른 제가 말이에요. 퇴근 후 현관에 들어서며 집안으로 들어오기 전 신발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식사 후 설거지와 함께 주방 주위를 깨끗하게 닦기도 합니다.
문득 눈에 띄는 펜들을 정리하고 비우기도 하고요. 매월 1일이 되면 생필품들을 바꾸기도 하고 채우기도 합니다. 이처럼 정해 놓은 정리면 어떻고 그렇지 않은 비움이면 또 어떤가요? 제가 하는 모든 정리와 비움은 집안에 있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고 관리인데요.
그뿐만이 아닌 거 모르는 사람 빼고 다들 아실걸요. 일상 속에 다양한 물건들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되실 거고요.
사실 관리되지 못한 물건들과 공간에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쌓이게 되고, 금세 어지러워지는 건 당연한 일. 거기에 필요한 물건을 찾겠다고 낭비되는 시간까지. 그 시간에 책 한쪽을 더 읽겠다마는. 그러다 찾지 못한 물건대신 새로 구입하는 불상사까지.
요즘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고, 우울증에 안 걸린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상이 참 각박하다고들 하잖아요. 저 역시도 매일 받는 스트레스에 탈모가 오고 우울한 기분 때문에 불안감과 좌절감에 빠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나오기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이 뭔 줄 아세요?
바로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비우는 일이었습니다. 빈 공간만큼이나 정리정돈된 공간은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었고, 글쓰기나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습니다. 물론 집에서 하는 업무까지도요. 자기 관리의 끝판왕은 되지 못했지만 나름 삶을 즐기게 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요.
물건 관리의 중요함은 오랜 시간 함께한 물건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할 때 구입한 코트 하나가 있습니다. 입학식 때 입으려고 구입하기도 했지만 핏이 너무도 예뻐 정말 맘에 든 코트였어요. 얼마 전 그 옷을 세탁소에 맡겼습니다. 올 겨울 그 코트와 함께 할 생각에 무척이나 설레면서요.
벌써 입은 지 10년이 훌쩍 넘은 코트. 그래도 관리를 잘 한덕분인지 10년은 더 입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생깁니다. 옷을 오랫동안 입는 것은 환경에도 좋은 일이겠지만 결국 저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네요.
올 겨울 두터운 겉옷을 구입하지 않아서 좋고요. 예쁜 핏으로 거리를 활보할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합니다. 나이 많은 아줌마라도 말이에요.
비울만큼 비웠고, 정리할 만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물건들. 이 물건들을 대하는 자세로 꾸준한 관심과 관리만큼 최고인 것은 없겠죠? 빈 공간도 생기고, 시간과 돈도 절약. 마음의 여유와 환경 보호까지. 안 할 이유 있습니까?
물론 처음부터 쉬운 건 없습니다. 해야 느는 거고, 늘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배어 나올 테니까요.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해 봐요. 저는 저의 공간인 책상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매일밤 기록을 끝낸 후 깨끗하게 책상을 정리할 겁니다. 물론 다 사용한 후 버리면 참 좋겠지만 정말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과감하게 비워줄 거고요.
이렇게 물건을 관리하는 것은 저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과 같다는 점을 기억하며,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실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