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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대한 나의 자세

by 미니멀랑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세상이 발전해 가면서 그 물건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고요. 물론 편하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때론 작은 불편함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집안의 물건들 중에서 제일 많은 개수의 물건은 무엇일까요?

물건의 수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는 알 수지 않을까요?


집안에 있는 물건을 따로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물건이 제일 많은지. 것은 바로 저의 옷이었거든요.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네요. 미니멀라이프를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해놓고 참.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란 마음이 드는 건 옷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캡슐옷장과 프로젝트 333 챌린지를 통해 많은 옷을 비웠다고는 했지만 그걸로는 한참 부족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거든요. 그로 인해 옷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 밤을 보냅니다.



하루는 베란다에 있던 큰아이가 저를 애타게 부르더라고요.

"엄마, 나 교복 위에 입을 후드티 좀 사주세요."


흔쾌히 알았다는 대답과 함께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쇼핑이라 그런지 제가 더 설레더라고요. 많은 물건들 속에서 저는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게 이뻐 보이고, 더 많은걸 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했어요. 사실 이런 게 미니멀라이프는 아닌데 말이에요.


혹시 미니멀라이프를 한다는 이유로 저를 너무 얽매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미니멀라이프가 좋은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큰아이의 옷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사춘기 소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즉, 친구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그 옷을 구입하고 싶었나 봅니다.


저도 청소년기를 지내온 사람으로서 아이의 그 마음을 알기에 못 이기는 척 옷들을 사주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부담이 되는 가격인 건 사실입니다. 로고 하나 박혀있을 뿐인데. 이래서 다들 브랜딩을 잘해야 한다고들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브랜드가 돈이 되는 요즘에는 특히 더 말이죠.


그렇게 비닐을 벗겨내고, 의자에 걸쳐 놓았는데 문득 든 생각에 살짝 놀랐습니다. 분명 쇼핑을 할 때만 하더라도 옷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제가 아무것도 구입을 하지 않고 집으로 왔다는 거예요. 분명 보통 같았으면, 티 하나 정도는 구입했을 텐데 말이죠.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바로 옷을 편하게 입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딱딱한 구두를 대신해 푹신한 크록스를 신을 수 있었고요. 타이트한 슈트 대신 운동복도 상관없었습니다. 덕분에 필요 없는 옷들을 맘 편히 비울 수 있었고요.


조금 어리석었던 것은 이 회사를 영원히 다닐 수 있다고 믿었던 거였습니다. 이렇게 그만두게 될지 생각도 못하고 말이에요. 결국 새로 다니게 된 직장 때문에 다시 옷을 구입하고 있는 저입니다. 그래서 더 많아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옷이란 게 그런 거 같아요. 때와 장소에 맞게 입어줘야 한다는 거. 머 요즘은 대체적으로 편하게 입긴 하지만. 보이는 모습도 사회생활에서는 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말이에요. 그렇게 주 5일 근무를 하는 저는 총 슬랙스 바지 2벌과 치마 1벌 그리고 난방 4벌을 구입했습니다.


이 옷들이라면 올 가을과 초겨울 더 이상 옷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요. 덕분에 안 입던 여러 벌의 옷도 비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아진 옷 중에서 많이 비우게 되었어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옷에 대한 미련까지 비울 수 있었네요.


그렇게 한 가지 결심한 게 있다면 옷에 대한 저의 자세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옷이 필요하겠느냐만은 때와 장소에 맞게 입는 날이 꼭 온다는 거.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해지는 옷이 나온다는 거. 물론 그럴 때는 얼마든지 구입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절대 옷을 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비움




[ 내가 옷을 사지 않은 이유 ]


1. 물건을 들이기가 싫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얼마 전 정리한 옷들이 생각났습니다. 열심히 비우고 정리해서 만들어놓은 자그마한 여유. 그러나 몇 벌의 옷을 다시 들이고 보니 답답한 생활로 돌아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쩜 방심한 순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이제는 빈 공간이 참 좋은데 말이에요. 어쩜 이게 옷을 사지 않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 입을 옷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저희 집에는 건조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탁이 다 된 빨래들은 건조대 위에 널어 두어요. 널어놓은 빨래들 사이로 제 옷들이 보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입었던 옷들이 저번주에도 입었던 옷들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죠. 이렇게 입으면 되는 건데. 그렇게 더 이상의 옷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 생활비를 아껴야 한다

역시나 살아가는 데 있어 제일 필요한 것은 ' 돈'이 아닐까 싶어요. 현재 제일 많이 사용하는 생활비는 식비이지만, 예전에는 의복비가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했었거든요.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면서 많은 옷들을 비우고, 새로 구입하는 옷들도 줄이다 보니 저절로 절약되는 생활비. 이러니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네요.




저는 올 겨울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옷을 사지 않는 이유를 하나씩 생각하고 적으면서 왠지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고요. 어쩜 가지고 있는 옷만으로도 올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단지 그 시작이 올 겨울일 뿐인 거죠. 마음 같아서는 1년 동안 옷 사지 않기를 도전하고 싶지만 스스로를 잘 알고 있기에 작은 성공부터 시작해 보려고요.


모든 사람들이 제 맘 같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개개인의 생각과 취향은 다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갖고 있는 물건들 중 제일 많은 것이 옷인 저에게는 어쩜 미니멀라이프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옷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옷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달라진 만큼 저의 미니멀라이프에도 자그마한 변화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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