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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세상 Aug 03. 2022

코로나19 (COVID-19)등장

이직시장도 얼어붙었던 빙하기

설 연휴가 끝나고 아내한테 이야기했다. 생각도 정리하고 머리속도 비울겸 혼자 일본 여행을 떠나겠다고. 


아내도 고민하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 뿐이다. 


"일본 여행은 6박7일로 2월 초순에 다녀올게. 도쿄에 머물면서 라이프스타일을 둘러볼까해"


아내의 동의를 받아 일본으로 6박7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트렌드를 따라가고 무엇을 소비하는지 의미있게 둘러본 시간이었다.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현실을 마주해야 되는 불안감이 마음을 괴롭혔다.  

  

코로나 확산 직전 방문했던 일본 여행 (2020.02) ©박정민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 크루즈유람선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본 출입국도 통제되기 시작했고, 한국도 코로나바이러스 영향권에 들어갔다.  


https://www.pbs.org/newshour/world/japan-reports-1st-death-from-novel-coronavirus-44-more-cases-on-ship 


"아빠. 나 학교 안가.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한대."

"여보. 아이들도 온라인수업으로 다 전환되서 집에 있어야돼"


코로나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인해 아이들은 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1월말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본인의 일상생활은 은퇴한 사람들처럼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복장을 자연스럽게 챙기기도 하고, 아침 6시가 되면 눈을 뜨는 생활습관은 1개월이 지나자 나태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던 기상시간은 어느새 9시가 되고, 게임을 하며보내거나 연예뉴스에 빠져 웹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나의 편에서 응원과 지원을 해주던 아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어떤 일을 할지 서서히 고민해봐야되지 않을까?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신규 채용시장도 문을 닫고 이직하기 힘들다고 하던데 조급해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알아봐. 게임하거나 웹서핑하면서 시간 보내는 건 이제 그만하고"


아내의 애정어린 조언에도 불구하고 상처받은 마음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주위사람들의 안부전화에도 권고사직 상태라는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없었다. 알량한 자존심이라도 없었다면 무너질 것 같았다.


밍기적밍기적 하는 순간 2월도 지나가버렸다. 앞으로 남은 기간 1개월. 그 기간안에 무언가를 해야했다. 어떤 것을 해야되는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런 나를 보며 아내가 이야기했다. 


"이젠 실업급여 타는 것도 염두해둬야할 것 같아. 직장 알아보면서. 실업급여 타는 방법을 검색으로 알아봐봐. 어디서 신청하고,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야지. 아직도 머리가 복잡하니? 같이 코스트코 갈까?"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장생활동안 신청해보지 않았던 실업급여 받는 방법을 준비했다. 워크넷에 구직활동도 해야된다고 해서 거기에 대한 준비도 하고. 이렇게 살면 안될 것 같았다.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몇일동안 고민을 했다. 고민끝에 얻은 이 조건에 부합하는 무언가를 해보기로 했다. 


1. 데이터가 측정가능하며

2.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3. 나의 관심사나 동선과 밀접하게 연관있는 것

4. 시간이 지나면 자산이 되는 것


'코로나 당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던 유튜버가 될까? 인스타그래머가 되어 셀럽이 될까?' 고민을 해 봤지만 나의 성향과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유튜버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조회수나 구독자가 많지 않으면 길게 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은 손재주나 외모가 특출난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어 40대 남자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절망감이 왔다.


그 때 눈에 들어온 플랫폼이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2010년에 개설하여 포스팅 하나로 20만까지 흥행했던 경험도 있고 글을 쓰기 좋아하는 성향과 검색에 걸릴 수 있는 점. 통계데이터를 자세히 제공해주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무언가 해보기로 한 플랫폼은 네이버 블로그로 정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은 쓰는 건 좋아. 어떤 주제를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내가 근무했던 IT 관련 글을 써야되나? 아니면 다른 주제로 써야되나?'


브런치의 누적 글 랭킹 조회수 ©박정민

            

브런치를 기준으로 보면 IT 관련한 글을 쓰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확장성이 적고 나의 관심사나 동선과 관련이 적어 쓸 주제에서 배제했다. 


해당 주제로 고민하는 동안 몇 일이 훌쩍 지나갔다. 


어느새 3월20일이 되었고 주제를 정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면 4월도 무기력하게 보낼 것 같았다.

그때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 주제라면 1번~4번까지 조건에 맞을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몇 일동안 괴롭히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바로 '푸드'였다. 


하지만, 복병이 하나 남아 있었다.


40대 남자가 쓰는 '푸드' 콘텐츠를 구독자가 읽어야되는 이유를 만들어야했다. 큰 문제를 하나 해결하니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블로거의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장애물을 만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 목을 점점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그 시점이 3월22일이었다.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만했다. 이 과정을 거쳐 부캐는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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