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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세상 Aug 03. 2022

월급받는 기간은 앞으로 2개월  

2개월 후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

경영지원본부장님의 호출에 방문 앞에서서 큰 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박팀장입니다."

"들어오세요. 앉으세요."


경영지원본부장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박팀장님. 아침에 김이사 만나고 왔죠?"

"네. 찾으시길래 만나고 왔습니다."


경영지원본부장님은 그 말을 듣자마자 결심한 듯 이야기했다.


"그럼 제가 긴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지금 하시는 사업은 김이사에게 업무인수하시고 그것까지 완료하면 1월말까지 출근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동안 회사에 기여한 것이 있으니 배려해서 3월까지 근무한 것으로 처리할게요."


업무인수 인계하는 것도 어리둥절한데 권고사직이라는 통보까지 당하니 정신줄을 놓을 수 밖에 없었지만 가족생각해서 꽉 잡고 물어봤다.  


"업무 인수인계 한 후에 다른 신규사업을 할 수 없는 것인가요?"


경영지원본부장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어렵게 입을 뗐다.

  

"아쉽지만 박팀장님을 부담스러워해서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게 권고사직 통보는 난생 처음 받아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리로 돌아오니 함께 일하던 팀원도 마음을 정리했는지 열심히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


집에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주마등처럼 사람들의 충고가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 아내에게 권고사직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 같았다. 그래서, 설연휴가 지나면 회사내부에서 다른 제안을 할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설연휴를 보냈다. 아내가 설연휴동안 안색이 안 좋아보인다는 이야기를 할때마다 마음 한구석엔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설연휴가 지나고 경영지원본부장님을 다시 찾아갔다. 변경사항은 없는지 밑도 끝도 없는 기대감을 가지고.


"똑똑. 본부장님. 자리에 계신가요?"


경영지원본부장님이 웃으며 반겨주었다.


"팀장님. 설 연휴는 잘 보냈어요? 마음은 잘 추스리셨죠. 설 연휴 전에 이야기한 조건 관련하여 최대한 배려했으니 인수인계 끝나는 날짜 확정되면 권고사직서에 서명하시면 되요."


일말의 기대감은 허무함으로 바뀌어가고 가이드라인은 정해졌으니 인수인계를 빨리 끝내고 구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직사이트 프로필도 최신 버젼으로 업데이트해야되고. 프로필 사진도 최근 사진으로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울컥함이 몰려왔다.


지금까지 이직하면서 첫 직장을 제외하곤 전부 다닐 곳을 정하고 이직했는데 이번에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움과 회한으로 남았다.    


이 소식을 아내와 가족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할까 고민은 깊어만 갔다.

회사의 인수인계 날짜는 확정되고 퇴직날짜도 정해진 상태에서 더이상 가족들에게 소식을 미루는 건 민폐일 것 같아 소식을 알렸다.


그렇게 권고사직은 진행되고 2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2020년 2월 세상을 뒤집을만한 천재지변이 온다는 생각은 이때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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