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사업계획 발표 1개월 후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다.
'다음달은 유명가수가 신보를 내는 날이니까 오늘 파트너사 회의가 가서 프로모션 이야기를 나눠야지.'
지난 연말에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신규 출시한 앱 마케팅을 위한 준비를 하던 1월이었다. 최근에 공동사업파트너가 개발이 느리다고 채근하긴 했지만 오늘 미팅에서 다독거리며 다음달 있을 남자아이돌그룹의 컴백 프로모션을 논의할 생각에 정신이 없었다.
미팅을 2시간 앞둔 시간 핸드폰 벨이 울렸다.
"팀장님. 저 좀 잠깐 보시죠?"
다른 사업부서의 이사가 나를 찾았다. 회사에서 야망이 크고 성과를 내는 사람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던 사람이었다.
그의 방문을 똑똑 두드리고 들어갔다.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미팅 준비하는 시간에 나를 부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이사님.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그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팀장님. 지금 하시는 일 있잖아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게 보고해주세요."
미팅을 앞둔 2시간 전에 뜬금없이 말하는 그의 요청을 이해하지 못해 물어봤다.
"갑자기 요청하시니 영문을 모르겠는데 어떤 이유때문에 요청하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이사님은 특유의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하시는 사업 인수인계 때문에 그러니 언제까지 정리할 수 있나요?"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인수인계라니. 내년도 사업계획 발표한지 1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업부장에게 다른 사업부 이사가 사업 인수인계때문에 보고하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무언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서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이렇게 말했다.
"2일정도 시간을 주시면 정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사업파트너 미팅일정도 있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들은 이사의 얼굴에서 옅은 미소를 느끼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 오늘 11시에 미팅하는 거 제가 취소했어요. 사업파트너 대표도 우리 사업부가 인수인계 받는거 알고 있어요. 회의는 안 가셔도 되요. 아! 오늘 뿐만아니라 앞으로도 안 가셔도 되요."
이사의 방을 나오면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일인거지? 꿈인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멍한 상태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응시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팀원이 나에게 이야기한다.
"경영지원본부장님이 팀장님을 찾는 전화를 주셨어요."
경영지원본부장님께 이 상황을 알려드려야겠다고 하면서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본부장님. 지금 자리에 들어왔습니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찾아뵈면 될까요?"
경영지원본부장님의 메시지 알림이 깜빡거린다.
"팀장님. 20분후에 제 방으로 올라오세요"
내게 있어 이 때의 20분만큼 긴장되는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본부장님은 알고 계시는 걸까? 모르시는 걸까? 알고있다면 왜 이런 의사결정을 나에게 통보하는거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그것도 사업파트너와 협의된 내용으로. 뒷통수를 맞은걸까? 무슨 의도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20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