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암 쏘 쏘리 벗 알러뷰 다 거짓말이야 몰랐어~ 이제야 알았어~

by 미니

드라마 <안나>에 나온 대사이다. 정한아 작가의 <친밀한 이방인>이 원작인 드라마. 수지가 정말 예뻤고, 그럼에도 어두웠고, 스릴 넘쳤던 드라마로 기억한다. 공개된 곳이 쿠팡플레이가 아니었다면 접근하기 쉬워 더 많은 사람들이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쿠플에 악감정은 없습니다;


사소한 거짓말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언제 터질지도 모르던 그 아슬아슬함을 스스로 짊어진 그녀.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수지의 건조하고도 나른한 톤으로 전해지던 내레이션 대사.


안나 2.jpg 출처 : 쿠팡플레이 안나(ANNA) 스틸컷


그렇다.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을 포장하려고 한다. 남이 볼 때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더더욱 그렇고, 심지어 혼자 있는 공간에서도, 그리고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자신의 감정과 자신의 모양을 숨긴다. 모두에게 이렇게 은밀한 숨김의 경험이 있지 않을까?


나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회의 시간에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한 채 집에 오면 은근한 우울감에 빠졌다. ‘아, 이런 생각을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왜 그 순간에는 생각이 안났지?’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와의 카톡을 할 때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이한 하루를 보냈다는 듯이 나를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내 감정을 온전히 느꼈고, 그 감정의 원인까지도 구체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애써 무시한 것이다.


감정의 형태가 늘 둥글 수는 없는데 '이건 너무 치사한 것 아닌가?', '너무 옹졸해보여..나 자신..'하는 등 여타의 이유를 대가며 강제로 모양을 다듬어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런 감정은 발 뻗고 잘 때 유독 잘 찾아오기 때문에 애써 모든 감정을 씻어내려고 노력했던 경험들도 다반수다.


이렇게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을 남기는 게 사람이라면, 불특정 다수의 이들이 오가는 SNS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남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4시간 뒤에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여러 개의 해시태그로 무장한 피드 속 게시글, 순식간에 소비되는 요란한 릴스들처럼 말이다.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담고, 그 순간이 타인에게 공유하며 스스로를 토닥인다.


오늘 당신의 피드에는 어떤 사람의 일상이 맞닿았는가? 오늘 당신의 SNS 속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신이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만을 모아 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온전히 진실이 아닐 수 있는 타인의 일상을 보며 구태여 자신의 피로감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말했듯이 언제나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쓰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EP3. 베테랑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