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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민 Aug 26. 2016

입사 일 년, 퇴사를 결심하다

'되바라진 신입사원'의 꼰대회사 적응기

감히 '남녀차별' 이란 금기어를?!

- 이거 성 차별 아닌가요?


- ... 알았어 내려가 봐.


그 후 그 층은 나 때문에 난리가 났다고 한다. 정당한 문제제기라고 생각했던 내 행동은 버릇 없는 신입사원이 '감히' 25년차의 부장에게 대드는 행위였다. 입사 25년 만에 아랫사람이 본인의 일에 반대 의견을 내새우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내가 속해있는 팀 팀장에게 파르르르 입술까지 떨면서 분노를 주체못하고 말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공채로 들어온 나에게 조직 내에 있던 타팀의 서무업무를 봐달라고 부서장이 나를 따로 불러내 경영기획팀장과 같이 앉아 반 강제로 내 의사를 물어봤다. 그리고 서무업무를 봐 줄 사람을 구하면서, 팀의 남자사람들은 다 제껴두고 여자 대리와 나에게만 서무일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회사에서 주력 부서가 아닌, 신사업 기획 및 전략 수립 업무를 하는 팀에 속해 있었다. 상반기에 1 건, 하반기에 1 건씩 팀에서 신사업을 론칭해야 했다. 팀은 상반기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하반기에 주력업무를 하던 팀과 같은 조직에 편재되었다. 그리고 그 팀은 원래 그 팀의 서무 업무를 대신 해줄 부서가 있던 조직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서무 업무를 봐 줄 사람이 없어졌다. 그런데 그 팀에 5년차 되는 막내 여직원은 주력업무를 수행하니 '그런 일'까지 맡아서 하기는 버겁단다. 그러니 (성과 없으니 할 일 없어 보이는) 내 팀의 여직원 둘에게 그 의사를 물어본 것이다.


말이야 방구야?


나는 이 일에 분노했다. 첫째로, (보통 이 회사의 다른 팀에서는 거의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계약직 직원이 하는 일이란 얘기를 제쳐 두고) 내가 하고 있던 일과 관련 없는 업무를, 거기다가 내 성과평가에도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팀이 놀고 있으니 떠맡으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 화가 났다. 조금은 비겁한 변명이지만 나 또한 정당하게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고 들어왔는데 주력 부서에 있는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그런 일'을 해도 되는 사람의 취급을 받는 게 싫었다. 거기다 아직 다른 회사는 다녀보지 않았지만, 팀에 일이 적어보인다는 이유로 이런 식으로 쉽게 팀의 본질과 다른 일을 주는 프로세스가 과연 합당한 프로세스인지 이해가 안 갔다.


둘째로, (이 일의 큰 사단을 만든) 성차별이 있었다. 팀에서 서무 업무에 적합한 사람으로 거론된 사람은 모두 여자였다. 팀에서 모든 사람이 서무 업무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 점에서 설령 팀에서 서무를 맡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서무 업무를 맡는 것에 대해 팀원 모두가 공평하게 무지했다. 저연차의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여자 대리 밑에, 그리고 내 위에 남자 대리 하나가 있었다. 그러나 서무 논의에서 계속해서 그 남자대리는 빠져있었다.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마치 나는 그런 논의에서 같이 의견을 낼, 동급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대신 팀장을 불러서 '버릇 없는 애'를 운운했고, 뒤늦게서야 팀장에게 왜 여자들만 불러서 서무에 대한 논의를 꺼냈는지 얘기해줬다. 그리고 은근슬쩍 본인이 2차 평가자이니, 우리 인사고과에, 그리고 그 외적으로도 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며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내 앞에서 이 사태가 왜 성차별이 아닌지 얘기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왜 새로운 서무를 뽑지 못하는지를 얘기해주지 않았다.

단지 그들에게는 본인보다 25년씩이나 더 많은 일을 했던 부장을 앞에 두고 싹수 노랗게 '남녀차별'을 운운하는, 되바라진 어린 여직원에 대해서 운운했다.


후.. 그 덕에 첫 직장에서 나는 '버릇없고 애티튜드 나쁜, 못 배운' 애로 낙인이 찍혔다.

하하하ㅏ..ㅏ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

시인사이드의 한 장면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하지?

그리고 내 과거는 어떻게 보상을 받을까?


읽다 보면 함께 분노하게 되는 (꼰대든 신입이든, 어느 쪽으로든) 퇴직을 결심하게 된 사연'들'과 (어쩌면 반면교사의 꿀팁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는) 재입사 준비기! 기대하시라~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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