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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민 Sep 21. 2016

티끌 모아 태산이 정말 되나요

문득 떠오른 옛 이야기

하반기 시즌을 맞아 

켜켜이 쌓아뒀던, 과거에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이력들을 돌아볼 시간이 왔다.

재작년에 인턴할 때, 운이 좋게도 B2B 중견기업의 젊은 대표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함께 점심을 하며 했던 얘기와 이에 따른 교훈을 풀어보고자 한다.


인턴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기자간담회를 준비해야 할 일이 있었고,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내가 속했던 팀 과장님 인맥을 통해 이제 막 B2C 브랜드를 론칭하여 강남 일대에 매장을 내놓은 대표와 점심식사겸 미팅을 그의 매장에서 하게 되었다.


40이 안 되는 젊은 나이에 대표 직함을 달은 그는 그의 이런저런 인생사 이야기를 통해 반추했을 때는 그가 현재 대표로 몸담고 있는 산업과 동떨어진 산업의 세일즈 조직에서 일을 한, 특이한 이력이 있는 대표였다.

대표 입장에서 대학교 졸업도 안 한 인턴사원을 보니, 측은지심이 들었는지 과장님과 이런저런 과거사 담화 (과거 회사에서의 경험담, 같이 어떤 일들을 했는지 추억 이야기 등) 들을 나누다 말고 조언을 여러가지 해 주셨다.


- 모든 일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지금 어떤 일을 맡아서 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인턴들이 하는 일 복사, 문서작업.. 그런 거죠? 다 사소하게 느껴질 거잖아. 근데 그 일이 정말 대단해보이는 일을 하게 하는 시작이더라구.

- 대표는 어떤 일을 할 거 같아요? 제가 봤을 땐 80%는 인턴인 당신이 하는 사소한 일 똑같이 하는 거에요. 정~~~~말 중요하다 생각하는 일의 비중은 10% 정도? 인턴사원에서 대표까지, 당신이 생각하는 gap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일은 10%밖에 차이 안 나요. 그만큼 사소한 일이 중요한 거지. 음, 나머지 10%는 중요한 일 하는 척 무게 잡는 거에 쓰고..

- 사소한 일 하기 싫어서 대표 달았다고 생각했는데, 대표 되고나서도 어쩔 수 없어. 안 할 수가 없네요. 대표 달려면 지금 하는 일 열심히 갈고 닦아놔야해요~ (너스레)


결국은, 늘 전교 1등의 공부처럼 '기본기 탄탄히 다지기'가 조언의 핵심이었지만 엉뚱하게도 그 얘기를 듣는 인턴사원의 입장에서는 '나도 지금보다 10% 정도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두뇌와, 10% 정도 허세 부릴 여유를 쌓는다면 언젠가 정말 최고 관리자가 될 수 있겠구나' 막연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는 외국계 석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방끈은 조금 늘려놓을 필요를 느꼈지만.


깊은 감명을 받은 인턴사원은 미팅을 주선하신 과장님께 물었다. 어쩌다 저 분은 원래 하시던 일에서 엄청 벗어나는 산업에서 대표가 되셨는지. 대단한 무용담을 기대하며 여쭤보았다. 순수한 인턴사원의 질문에 과장님이 대수롭지 않게 답해주셨다.


- 걔? 아빠가 사업 물려받으라고 하니까 다 때려치고 온거지 뭐.

아~~그랬구나~~~ 헤헷!

그 때부터 였던가, 회사에서 굵고 길게 살 수 있는 건 평사원의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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