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 처럼 정말 필요한 것일까?
한 해를 떠나보내는 달이 왔다.
아쉬운 마음으로 올해를 떠나보내기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더 많은 술을 감당해야 되는 때가 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회식 문화는 왜 생겼고,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의식의 흐름에 맡겨서 그 필요성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절대 올해 몇 번 남지 않은 금요일에 회식이 잡혀 홧김에 쓰는 글이 아니다.)
회식이 필요한지 따지기 전에, 회식의 뜻은 과연 무엇이며 그 필요성이 왜 주장되는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회식을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회식(會食), 즉 모여서 밥을 먹다 혹은 그 해석에 따라 회사에서 먹는 밥(?)으로 해석된다.
주로 회사 사람들끼리 여럿이 모여 밥을 먹을 때 회식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니, 우리가 흔히들 쓰는 회식은 '회사 등의 조직에서 모여서 밥을 먹는 행위'를 정의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모여서 밥을 먹는 행위'가 왜 조직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볼까?
밥은 단순히 '끼니 해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나 조직 안에서는 더 그렇다.
대게의 일일법정근로시간은 9 to 6로 9시간을 일하게 되지만, 그 중 한시간, 점심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분류된다.
즉, 밥을 먹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에서 허용된 휴식의 시간이며 오후 일과를 위해 재충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주어진 '쉬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은 신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relax되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같이 공유하여 밥을 먹게 되면, 일 외적인 사담이 오고 갈 수 있다.
이 때 오고간 사담을 통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좀 더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감정적인 교류는 서로 간에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서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을 키울 가능성을 높인다.
친밀감이 쌓인 만큼 딱딱하고 오피셜한 대화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 쟤의 입장에서는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 쟤의 처지에서는 저렇게 일을 할 수도 있지
와 같은 '유도리'가 발휘되어, 이런 저런 업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길게도 풀어놨지만,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보면 '모여서 같이 밥을 먹는 행위'는 서로 간에 친밀감을 높이고 입장을 이해하여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행위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식은 '밥'을 먹는 행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술'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생활에서의 '술'을 같이 먹는 행위는 왜 필요할까?
술은 특이한 액체다.
평소에는 하지 못 할 말도, 하지 못 할 행위도 '술'의 힘을 빌리면 좀 더 수월해진다.
함께 술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맨정신에서 느껴지던 상대방과의 거리감은 '술'이란 액체와 함께 하면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 이런 성질 때문에 '술과 밤이 있는 한, 남녀사이엔 친구가 없다'는 말도 생겨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밥을 먹으면서 쌓은 친밀감보다 술은 더 빨리 더 가깝게 서로를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함께 술을 먹으면서 보여줬던 서로의 풀어진 모습에, 관계는 좀 더 돈독해지고 술을 마심으로써 생겨나는 에피소드들은 둘 사이에 공유하는 추억거리가 됨으로써 서로 간의 친밀함이 좀 더 농밀하게 형성되는 것이다.
'2. 사회생활에서의 '밥'의 의미'에서 보았던 '역지사지'와 '유도리'는 '술' 앞에서 좀 더 공고해 지게 되는 것이다.
서로 간의 벽을 허무는 '술'이란 액체도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이성의 끈을 놓치게 하는 만큼, 실수하는 모습도 보이게 마련이다.
술은 해서는 안 될 말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이성의 끈을 잡고 있을 때는 절대 안 할 범죄행위를 하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저런 말과 행위를 해도 문제가 되는데 앞으로도 계속 얼굴 보며 일 할 사람과 술 때문에 문제가 빚어지면 오히려 술을 마시며 회식을 할 때보다 더 나빠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술과 함께한 회식'은 오히려 아예 안 하느니만 못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모두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같이 업무하는 사람들과 친밀감을 쌓아가는 건 중요하다.
서로 일을 하면서 좀 더 잘 합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그 합을 맞춰나가기 위해 친밀감을 쌓는 과정이 '밥', '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술'의 힘을 빌어 '지위'의 힘을 빌어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한다거나 상대방과 동등한 입장에서 사담을 나누는 게 아니라면 그 회식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 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나 한국 사회의 특성 상 술에 취해서 윗 사람만 아랫 사람에게 실수하고 기분 나쁜 행동을 하는데도 정작 행위자는 눈치 채지 못하고, 주변 공기만 얼어서 싸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소리 하지 못하고 당한 사람만 억울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회식'이 가지는 부정적인 함의가 요즘 들어 더 심해진 것 같다.
회식 자체가 본 의미에서 나쁘게 시작된 건 아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친밀감을 쌓기 위해 하는 행위가 회식에 참석한 그 어느 누구 때문에 불쾌감을 조장한다면, 그 회식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