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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민 Sep 07. 2016

직장 내 성추행,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 _2

피해 입은 '나'만 생각하고 행동하기 2/3

세넓병.

세상은 넓고 병X은 많다는 신조어다.

'또X이질량보존의 법칙'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세상엔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살고 있다.

물론 본인이 성추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로맨스라고 생각하거나, 전혀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사람도 내 주변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저번 글에서 그런 사람들을 피할 수 있는 직장 내 성추행 예방법을 정성 들여 적었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치 못한 사정 때문에 피하지 못했을 경우, 그 자리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직장 내 성추행을 당했을 때 그 자리에서의 대처법 3 Steps

예상치 못하게 나보다 높은 상사가 내가 원치 않는 스킨십을 한다거나, 결혼한 상대가 지속적으로 본인이 상대방을 유혹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추태를 날린다든가 한다면 멘탈을 강하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될 것이다. 그 어떤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도 본인의 가치를 낮게 보는 상대와 성적인 문제로 마주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원치 않는 당사자에게 기분 나쁜 경험을 준 범죄자는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고, 결코 본인의 몸매가, 언행이, 옷차림이, 얼굴에서 띄는 색기, 기타 등등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번 화에는 확실히 범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줄 수 있는 그 자리에서의 대처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솔직히 처음 당한 경험에 더듬어 적는 거라, 대처에 있어서 미숙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혹시나 있을 불쾌한 경험을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본인은 어떻게 대처할지 시나리오 하나쯤은 생각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내가 생각한 대처법은 (1) 그 자리에서 즉시 증거를 모으기, (2) 범죄자에게 확실한 의사표현을, (3) 증인들 만들기 이 세 가지다.


(1) 그 자리에서 즉시 증거를 모으기

으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앍!!! 저 XX가 절 성추행 해요!!!!!!!!!!!!!!!! (사진(영화 스크림)과는 무관)

내가 제일 후회하는 부분 중에 하나다. 그 자리에서 증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증거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본인이 술에 취해있더라도. '왜 자꾸 제 몸을 더듬으세요!' 라며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고, CCTV 영상이 확보되는 자리인지 체크를 해도 좋다. 성희롱적 발언을 하고 있다면 녹취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게 안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SOS를 치는 것도 좋다. 증거가 남을 수 있게끔 그 자리에 있는 당사자에게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되도록이면 많은 증거를 확보하도록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성추행을 당한 자리가 회사 임원과 같이 있는 술자리였고, 그러다 보니 15~16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석을 하고 있는 자리였고, 그중에 본인은 입사한 지 몇 달도 채 되지 않은 나부랭이였다. 그래서 가해자의 귀에다 대고 하지 말라는 경고로 (누구도 못 들으니 쌍욕을 동반한) 귓속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믿고 귓속말로만 대처했다. 그 자리에는 CCTV도, 목격자도 없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맘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가 싸해지는 것을 감안해서라도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거나 했으면 오히려 즉결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리였는데, 간이 콩알만 해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쉽다.


(2) 범죄자에게 확실한 의사표현을

빠큐 머겅 두 번 머겅

끔찍한 추행의 시간을 빨리 끊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게 좋다. 설령 이것 때문에 회사 생활이 위태로워질 것 같을 때까지 해도 좋다. 잘못은 당한 사람이 한 게 아니고, 가해자가 했다. 가해자가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 멘탈이  털릴 정도로 확실하게 싫다는 표현을 하길.

저번 글에서는 젠틀하지만 확실하게 잠재적 성범죄자에게 의사표현을 하라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면 안 된다. 범죄자인데 지위고하를 따져서 어디다 써먹을 것인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본인의 야성미를 뿜어내 확실하게 불쾌한 기분을 표현하기를 권장한다.


(3) 증인들 만들기

성추행범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만... (사진(영화 월드워Z)과는 무관)

추후에 인사 조치 등을 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고, 발생할 것이라 예상하기 어려운 성추행은 증거를 모으는 것보다 증인을 만드는 것이 쉽다. 그리고 증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본인이 당한 일에 대해서 사측에서도 쉽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처하기 어렵다.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해당 사건에 대해서 말할 입이 많아지고, 외부에도 알려질 경우 회사 이미지에 손상이 갈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본 문제가 묻히지 않고, 범죄에 따른 응당한 처벌을 원한다면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알릴 때에는 본인이 알렸단 사실을 남길 수 있도록 문자, 카카오톡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당연히 그런 일을 당하는 와중에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모두에게 축하받으면서 들어온 회사에서 그런 일을 당한다면 본인에 대한 자존감도 얼마나 떨어지는지. 바닥을 치다 못해 '내가 이런 대접(?) 받으려고 이 돈 받고 일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고, 괜스레 애지중지 키워주신 부모님께 죄송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귀는 사이에서도 스킨십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생판 남에게서 허락받지 않은 스킨십을 하는 것은 폭력이고 범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 내 성추행,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 마지막 편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에 따른 대가를 확실히 치를 수 있도록 조치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예고편 정도로 마지막 한 마디만 적자면, ''나'에게 제일 마음이 편할 것 같은 결정을 해라'. (나의 경우는 애꿎은 나를 힘들게 한, 잘못한 사람들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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