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의 다음 단계는 땅과 물의 영혼들을 달래는 일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그것들을 ‘사다크’와 ‘루’라고 부른다. 흙 속의 벌레들, 개천의 물고기 그리고 땅의 영혼은 쉽게 노여움을 타는 존재들이며 삽질을 하거나 돌을 깨거나 혹은 그냥 땅을 걷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평화를 깨뜨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라다크 사람들은 파종을 하기 전 제사를 지낸다.
겨울이 되면 라다크 사람들은 염소나 야크, 쪼 같은 동물의 고기를 특히 더 먹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고기를 먹지 않고는 혹독한 환경에서 생활이 힘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생선을 먹는 일은 없다. 라다크 사람들은 살생을 해야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큰 짐승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생선을 먹는다면 더 많은 살생을 해야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런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동물을 죽이는 것을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을 모아 기도를 드리며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난 다음에야 동물을 죽이는 이들이 이곳 사람들이다.
나를 등에 태워주고 내 짐을 실어주던 짐승이
이제 나를 위해 죽임을 당했으니,
내게 먹을 고기를 주는 이 짐승이
어서 빨리 부처님의 세계로 갈 수 있도록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