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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Feb 14. 2022

그렇게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아빠의 호흡은 오후에 우리가 보낸 어느 시간보다 옅었다. 

오후까지만 해도 힘겹게 고개를 들썩이며 내쉬던 숨은 

이제 겨우 턱의 작은 움직임으로 변해 있었다. 


맥박과 심장을 체크하는 모니터의 숫자는 0. 

맥박과 심장을 보여주는 실선은 아주 가늘게 뛰고 있었다.  


그날, 아빠를 처음 본 정오부터 자정이 되기까지 아빠는 조금씩 임종을 맞이하고 계셨던 거다.


언니는 근래 간병 기간을 거듭할수록 아빠에게서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게 하루하루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는 멀리 있어서, 뜨문뜨문 보아서 그 이야기를 그저 단어로만 이해했었다. 하지만 임종을 앞둔 아빠의 생명은 약하게 흔들리는 촛불처럼, 무명 손수건으로 얼굴을 간지럽히 듯이 몸 위에서 하늘하늘 거리는 것 같았다.   


아빠의 숨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다가, 다시 숨을 조금이라도 내쉬면 그래도 아빠가 우리 곁에 있다고 안도하기를 반복했다. 


아빠 정말 잘 살았어. 아빠 정말 좋은 인생이었어. 우리 낳아줘서 세상 구경시켜줘서 고마워. 아빠 맛있는 거 많이 챙겨줘서 고마워. 아빠가 우리한테 해준 음식들 평생 기억할 게. 우리 잘 있을 게, 걱정 말고 편하게 가. 우리 가족 나중에 먼 훗날에 또 만나자. 아빠가 그린 그림처럼 꽃밭 일구고 기다리고 있어. 할머니도 만나고 큰 고모도 만나고 있어. 서로에게 상처 준 것이 있다면 용서하자. 아빠 사랑해. 


우리는 영영 아빠가 가버리기 전에 해주고 싶은 말을 각자 전했다. 나는 아빠의 이마와 왼쪽 손등에 여러 번 입을 맞추어 주었다. '뽀뽀해주니까 아빠 심장이 다시 뛰네' 엄마가 말했다. 모니터의 실선이 이전보다 크게 움직이는 듯하다가 다시 잠잠해졌다. 우연일까, 아니면 정말일까. 


아빠의 숨은 더욱더 느려졌다. 다음 숨이 언제 쉬어질지 조마조마해질 정도로. 이 숨 다음을 쉬지 못하면 어쩌지... 이 숨을 다음을 쉬지 못하면... 그렇게 밤 12시 16분에서 20분 사이 아빠는 우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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