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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Feb 17. 2022

며칠 전 꿈에 아빠가 나왔다

며칠 전 아빠 꿈을 꿨다. 빨간 지붕에 외벽이 노란색인 컨테이너 옆에서 아빠가 산더미같이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우는 꿈. 


내가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될 때, 부모님은 시골에 집을 지었고 집이 완공되기 전 우리 네 가족은 그 컨테이너에 잠시 거주한 적이 있다. 그 곳에 살 때는 유독 날씨가 추웠다. 그래서 아침에 우리를 학교에 보낼 새라면, 아빠 엄마는 항상 큰 주전자에 끓인 물을 부어 자동차 유리에 하얗게 서린 서리를 녹였다. 


무튼 오랜 시간이 지나 거의 잊고 있었던 그 컨테이너 옆에서 아빠는 쓰레기를 태우고 있었다. 나는 꿈에서 아빠가 돌아가신지도 모르고, 말없이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 아빠에게 '아빠, 건강에 안좋다. 그 옆에 서 있지마라~'라고 말했다. 그 뒤로 꿈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꿈 속에서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어찌나 유독했던지 나는 폐가 너무 아파서 잠에서 깼다. 잠을 깨고 난 이후에도 폐가 한동안 아팠고, 유독한 냄새가 계속 나는 것 같아 침대에 우두커니 누운 채로 잠옷과 이불 냄새를 맡았다. 유독한 냄새가 나서 정말로 어디선가 연기가 나는 줄 알았다. 현실에서 맡은 냄새가 꿈에 영향을 준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꿈에서 맡은 냄새가 한동안 현실에서도 나다가 조금씩 사그라들었고 나는 곧 다시 잠에 들었다. 


생전에 아빠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나는 정말 싫어했다. 내가 대학 때문에 집을 떠나기 전까지 같이 살 때에도 나는 아빠가 가족이 쓰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너무 싫었고, 이후에는 어쩌다 내가 고향 집에 가거나 아빠가 내가 사는 서울집을 방문할 때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흡연 버릇 때문에 아빠에게 짜증을 많이 냈었다. 불과 작년에도 상견례 차 서울로 올라온 아빠가 우리 집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서 짜증을 많이 냈던 기억이 난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담배를 끊으라고 해도 아빠는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빠가 담배를 피고 간 화장실에는 매캐한 냄새가 났고, 그때마다 나는 숨을 참고 화장실에서 빨리 볼 일을 보고 나왔다. 그래도 몸에는 아빠의 담배 냄새가 한동안 묻어 있었다. 


언니는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에 계속 아빠 꿈을 꾼다고 했다. 그저께는 아빠가 콧줄을 끼워 인공적으로라도 식사를 하셨으면 더 오래사셨을까 하는 꿈을 꿨다고 했다. 간암 말기에 몸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아빠가 돌아가시기 2주 전 정도부터 곡기를 끊었을 때, 요양병원으로 가서 생명이라도 유지하는데 집중을 할 것인지 아니면 호스피스로 가서 편안한 임종을 준비할 것인지 우리는 선택에 기로에 서야했다. 가족끼리도 이야기하고,  돌봄 경험이 많은 요양보호사분과도 이야기를 하고, 아빠의 진료를 담당한 교수의 의견을 두루 따라 아빠의 지금 상태라면 호스피스로 가는 게 맞겠다는 선택을 했지만(하지만 아빠는 호스피스 입원 대기 기간 동안 일반병실에서 돌아가셨다), 만약 아빠에게 콧줄을 끼워 인공적으로라도 식사를 공급드렸다면 지금까지라도 아니 며칠이라도 우리 곁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생명만 유지시키는 연장치료는 고려해본 적도 없는데 아빠가 영영 가고나니 그것마저 아쉬워질 때가 있다. 그냥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요며칠 잠이 잘 안온다. 꿈에서 아빠를 또 보고싶다. 이번에는 같이 이야기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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