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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Dec 27. 2018

그리너(Greener) 기획자의 신년 계획

불필요한 것을 줄이는 기획을 위해

*그리너(Greener) :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 (그리니 Greenie라고도 불림)


12월입니다. 벌써요. 한 해를 돌아보면서, 그간 남긴 족적에 대해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생산적인 한 해였지만, 때론 과하게 생산해낸 것이 없는가 돌아봅니다. 과정 중에, 행여 만들어냈으나 없으나, 그 존재의 차이가 별로 없던 것은 없었나 또는 되려 만들어내지 않는 게 좋았었을 불필요한 생산도 있었나 생각합니다. 이제 '발전', '생산'이라는 말도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시대니 까요. 기획자로서 어떠한 행사를 기획하는 도중 '시간에 바삐 쫓겨서,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편리하기 때문에 또는 타인과 타협 지점을 찾아야 해서 등' 일련의 이유를 핑계 삼아, 환경적인 실천에 대한 근태를 게을리했던 것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보고용으로 여분의 책자를 더 찍어낸다던가, (되도록이면 지양하지만) 홍보물(현수막, 포스터, 엽서 등)을 찍어낸다던가 등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크게는 (나의 지향점과는 다르지만, 업무이기 때문에 해야 했던) 부차적으로 소비되는 것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형태의 중간/대규모의 행사들까지. 나름대로 실천해왔다 느끼지만, 내년에는 줄여갈 수 있는 것은 더욱 줄이기로 결심합니다.


독일의 락 앤 하임 축제가 끝난 후의 현장

행사 또는 프로그램 등을 자주 진행하는 기획자라면,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공들여 기획한 일이 끝나고  , 얼마나 많은 폐기물들이 배출되는지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가끔씩은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이 나오기도 하지요. 남겨진 것들을 바라보면서, 약간의 부채감을 느꼈다면 좋은 출발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뭔가 변해야 한다는 걸 직감한다면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따라야 하겠지요. 나름대로 올해 개인적으로나마 실천했던 것을 환기 차 적어 내려가 봅니다.


[방문객에게 텀블러를 가져올 것을 권고한다. 가져오지 않았을 경우 (손으로 떠먹게 한다), 미리 구비한 공용 컵을 사용하게 한다] (공용 컵을 구비할 경우,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용 컵 개수가 확 줄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양말 한 짝이 계속 사라지는 마법과 같지요. 그리고 가끔 자신이 쓴 공용 컵을 세척하지 않고, 행사장 곳곳에 놔두고 가는 센스가 없는 분들도 많아요. 마시는  따로 있고, 씻는  따로 있지 하지만 텀블러를 들고 오는 문화를 자리 잡아나가려면 꿋꿋이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지요)


[불필요한 생산물을 만들지 않는다] 포스터나 엑스배너, 현수막 같은 것은 웬만하면 만들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특히, 브로슈어나 플라이어는 전혀 만들지 않습니다(들고 가면 어차피 쓰레기). 혹여,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홍보 때문에 포스터 등을 제작해야 한다면, '500부 찍으나, 1,000부 찍으나 가격은 그렇게 차이 나지 않아요'라는 인쇄소 사장님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수량은 딱 필요한 만큼만 찍어 냅니다. 값은 값이면 최대화를 지향하는 강박에서 자신을 내려놓습니다. 엑스배너 같은 것이 필요하다면,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날짜/행사명이 들어가지 않는 (할 수 있다면) 상위 카테고리(예를 들어, 회사 소개라던가)의 내용을 담은 것을 인쇄하고, 행사 때마다 그에 걸맞은 홍보 양식을 A3로 만들어 부착하여 쓸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엑스배너를 대체할 만한 사인물 좀 개발해주시면 안 될까요? 값도, 빠른 공정과정도 엑스배너 제작에 비등(할 순 없겠지만...)한 친환경적인 홍보 배너물이 있다면 정말 쓰고 싶습니다). 행사장에 프로젝터가 있다면, 현수막을 거는 대신 프로젝터에 행사 이미지를 띄워 대체합니다.


출처: 채널A (https://youtu.be/2bjDSU0cDLg)


[도시락. 되도록 다회용 도시락 업체를 이용한다] 아마 행사장에서 가장 많은 일회용 소비재가 사용되는 품목이 있다면 아마 '식사'일 겁니다. 일회용 도시락은 저렴하고, 처리가 간편하기 때문에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옵션이지요.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 그리고 일회용 용기까지. 식사가 끝나고 난 현장은 실로 폐허를 방불케 하지요. 가끔, 행사장에 분리수거함 박스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을 경우, 남긴 음식 쓰레기를 일회용 도시락통에 모두 쌓아놓고 폐기하기까지 합니다( 누가  분리수거 하늬). 그래도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1950년대,  대량 생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재활용된 것은 9%. 철제나 유리와 다르게, 플라스틱의 경우 재활용을 거듭할수록  플라스틱의 질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재활용될  없는 정도의  낮은 플라스틱이 되어 폐기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플라스틱의 사용은 줄여야 합니다. 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은 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언론 또는 환경 단체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만 줄이겠습니다. 다시 다회용 도시락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다회용 도시락의 가격은 다소 비쌀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이점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덜 배출된다는 것은 물론이고, 먹고 난 도시락통에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어두면 다회용 도시락 업체가 이를 모두 수거해갑니다. 일회용에 비해, 확실히 쓰레기 배출양이나 뒷정리 수고가 줄어들지요. 하지만, 아직까지 다회용 도시락 업체들도 숟가락, 젓가락, 국그릇은 일회용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에는 오시는 분들에게 자신이 먹을 숟가락, 젓가락도 함께 구비해서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가지 당황스러울 때는 참석자 No-show 일어났을  남는 도시락입니다. 일회용이었다면 남는 도시락을 그대로 싸가면 되는데, 다회용 도시락은 업체에서 수거해가기 때문에 따로 덜어갈  있는 용기가 없다는 거지요. 그럴 경우에는, 미리 기획자 자신 또는 스태프들에게 개별적으로 도시락 용기를 구비해서 담아갈  있도록 행사 하루 전에 공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식사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행사 주최 기관 자체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근처 식당에서 개별적으로 사드실 것을 권장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공짜 행사에 밥까지 제공하는 서비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지만, 가끔 이렇게까지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기도)


내 사랑 리멤버 앱... 찍기만하면 저절로 명함 정보가 입력됨 (근데 리멤버 타이피스트가 직접 타자로 친다고 한다)

[되도록 명함을 받지 않는다] 한번 받은 명함을 다시 볼 확률은 100번 중에, 끽해야 한 두 번. 하지만 미팅이나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의례적으로 명함을 교환하지요. 한데, 이메일이나 핸드폰으로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명함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차곡차곡 모인 명함 더미는 또 다른 쓰레기가 되지요. 저는 얼마 전부터 '명함 받지 않기 캠페인(이라 부르지만 혼자 실천하고 있습니다)'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쓰시겠지만, 리멤버라는 앱을 이용하여 현장에서 받은 명함을 그대로 찍은 후, 명함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겁니다. 가끔 시간이 바빠 앱으로 찍기가 어려울 때만 명함을  받아 옵니다. 가끔 명함의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분들을 마주쳤을 때, 뒷 면의 디자인을 모두 달리 한 명함을 내밀며 '여기서 마음에 드는 명함 골라봐'라고 하시면 당황스럽긴 합니다만은, 사과를 하며 다시 명함을 찍은 후 돌려줍니다. '내가 명함 만드는데 이렇게 공을 들였는데, 한번 가져가 주면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명함이 정말 예쁜데, 요새 명함을 받지 않고 있어서요.라는 멋쩍은 미소를 함께 날리시면 대부분 이해해줍니다. 아래 명함에 대한 짧은 기사가 있어 링크합니다. 직장인 10명 중 1~2명, "명함, 추첨 이벤트에나 활용"(짧게 인용하자면, 직장인의 한 달 명함 사용량과 소비량 모두 5장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명함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를 묻자 응답자의 74%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했다 하네요)


자, 이 정도 나열했습니다. 겨우 그거냐고요? 아직까지 저 정도 실천으로는 하드코어 *그리너가 아닌 것 같다면, 저 위의 리스트보다 더 많은 것을 실천하고 싶다면. 그래서 준비했지요. 소스는 스코틀랜드의 Creative Carbon Scotland*라는 그룹의 Green Arts Portal(예술과 지속가능성 관련 참고할 수 있는 툴킷을 모아놓은 곳)이라는 곳에서 가져왔습니다. 영문으로 된 자료라 하나하나 번역할 수는 없었지만(언젠가 번역하여 올리겠습니다), 우선 요약된 정보라도 공유할까 합니다.


Creative Carbon Scotland의 #GreenArts Portal 툴킷
Creative Carbon Scotland (이하 CCS)*는 스코틀랜드의 예술과 문화 분야 내에 환경 지속가능성을 들여오기 위해 2011년에 발족된 단체이다. 예술 단체가 탄소 배출량을 보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의 역할을 탐구하는 것에 초점을 단체로 급격히 성장했다. CCS는 예술과 환경 지속성이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개인 및 조직과 협력하며, 스코틀랜드 내 예술 단체가 탄소 측정, 보고 및 탄소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총 120여 개 주요 조직을 지원하고 있으며, 해당 조직들과 환경 지속가능성 정책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이곳 링크에 들어가시면, 문화예술단체가 자신의 조직 또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있어 고려해야  다양한 요소들을 카테고라이징 해두었습니다. 각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그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실천의 팁에 대해 짧거나 길게 제시하고 있지요. 문화예술 조직이 참고해야 할 환경적 실천에 대한 상위 카테고리(아래 사진 좌측 참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좌측에 위치한 Building, Catering, Data Gathering, Individuals 등 문화예술조직이 참고할 수 있는 환경실천의 상위 카테고리


예를 들어, 관객(Audience) 영역을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소개절이 나옵니다.


관객(참여자)의 행동양식은 예술 기관/단체에서 생산하는 탄소 배출양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관객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것은 전반적인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이기도 하다.

관객이 생산하는 탄소 배출의 영향은 비록 미미한 일일 수는 있지만, 관객들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주고 행동이 변화할 수 있도록 지지해줄 책임은 여전히 당신에게 있다.

유용한 정보,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당신이 환경친화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그들이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을 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하단에는 관객의 행동양식을 바꿀 수 있는 카테고리들이 실천하기 가장 쉬운 순부터 어려운 단계까지 나열되어 있지요.


카쉐어링(공유 자동차) 권장하기
브로셔 재사용 지지하기
디지털 홍보물 사용하기
더 나은 재활용을 위한 환경 개선하기
지속 가능한 식사 제공하기
식수/용수 제공하기
친환경 투어 지원하기
대중교통 권장하기
친환경적 실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이어가기


위의 카테고리 중, 디지털 홍보물 사용하기를 클릭하면 효과적인 디지털 홍보를 통해 종이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할 을 권장하고 있지요. 커뮤니케이션/홍보팀과 협력하여 디지털 홍보 자료를 개발하고, 관객이 종이 브러셔 대신 디지털 브로셔를 선택할  있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징적으로, CCS*는 예술가와 밀착하여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예술가와 함께 일하기(Woring with artists) 영역이 있는데, 이 부분도 자세히 예시를 들어볼게요(저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획자라 이 부분에 가장 관심이 가네요). 예술가와 함께 일하기(Working with artists)를 클릭하면


예술가의 참여는 당신의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행동 변화를 불어넣을 수 있는 핵심적인 자원될 수 있다. 조직이 가지고 있는 환경적 책무/이행 약속에 대해 예술가와 소통하고, 현실적인 권고와 참여 예술가가 보다 친환경적인 옵션(Greener Choices)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 중에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일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예술작품/작업을 프로그래밍하여 당신 조직의 환경적 실천 및 환경 이슈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높이는 것 등 이 있다.


해당 영역(예술가와 함께 일하기)의 하위 카테고리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섹터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인 홍보 방안 권고하기
친환경적인 운송수단 사용 권장하기
세트(무대 장비 등, 예술작업에 쓰이는 소품/설치물 등) 재활용 지원하기
조직의 친환경 활동에 대해 예술가와 커뮤니케이션하기
환경적 영향력 모니터링 도와주기
현지 조달 지원하기
작품/공연 프로그래밍 하기


각기 섹터를 클릭하면, 하위 카테고리별 간략한 권고사항과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링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트 재활용 지원하기 경우에는 프로젝트를 함께  예술가가 프로젝트 수행 기간이 끝나고 남은 작업의 잔여물/세트 등에 대한 처리 계획이 있는지 확인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요. 만약 해당 세트를 작업이 모든 끝난 후에 예술가가 수거해가지 않을 계획이라면, 기획자는 해당 잔여물들이 재사용되거나 적어도 재활용될 수 있게 방법을 예술가에게 제시해줍니다. 재활용보다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법임으로, 되도록 남은 잔여물이 재사용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재사용이 불가능할 경우, 현재 조직이 위치한 지역 내의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해당 잔여물이 처리될 수 있는지 또는 특정 재활용/폐기 방법 등이 있는지 폐기물 협력업체와 논의 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요.


2018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글을 정리하며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로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쉽게 환경실천의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고민해봅니다.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이 아닌, 즐겁고 간단한 방식으로 말이지요. 생각이 정리되면 한번 더 관련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2019년은 더 가열한 그리너 기획자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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