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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emouse Jan 10. 2020

두번째 결혼

내 인생을 왜 남에게 검증받아야하지...

남자친구가 교제한지 4년여만에 청혼을 했고 우리 둘은 기뻤다. 그리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나에게 들었던 생각은 '결혼식이란 것을 꼭 해야만 하나' 였다. 혼인신고를 하는것쯤은 그럴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을 전부 불러다가 예식을 하고 선포를 하는것이 갑자기 뜬금없이 느껴졌다. 첫번째 결혼할때는 전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때는 정말 이사람이 맞는걸까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면서 스트레스가 컸는지 저절로 살이 빠져 드레스가 보기좋게 맞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 할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왜그런지 남들에게 떠벌리고 잔치를 하고 하는것은 영 내키지 않았다.


결혼을 결심하자 갑자기 결혼식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깜빡이없이 끼어들어오시는 아버지의 잔소리도 한몫 했다. 부모님과 이십년전에 떨어져 외국생활을 해온 나는 심한 거부감이 들었다. 아빠, 이건 제 결혼인데요... 왜 아빠가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거죠... 식을 안올리겠다고 말씀드렸을때 아버지는, 그러는거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맹세하는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줄 아니, 그래야 너희들이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아, 예... 첫번째 결혼에 천명 가까운 하객들을 모셔놓고 우리 평생 함께하겠다고 요란하게 광고했는데 헤어진 저는 뭐죠? 그때 그자리에 계셔놓고, 가장 가까이에서 보셨으면서 도대체 뭔소리신가 싶었다. 


가족끼리만 하는 스몰웨딩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계획이 너무 많았다. 참 신기한것은 첫번째 결혼때는 남편될 사람과 참 많이 싸웠는데, 왜 싸웠는지 잘 기억도 안날정도로 많이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남편될 사람과는 전혀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님과 싸우고 있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그린라이트라고 본다. 나는 부모님과 평생 함께 살 것이 아니니까. 아마도 그 시행착오와 경험 연륜같은것들을 통해 나는 드디어 나름 깨달았나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스몰웨딩에도 이렇게 했음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어떠니, 신랑보다 의견이 많으신 우리 아빠의 의견을 대부분 무시하자고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지 싶다. 나의 두번째 결혼과 당신의 두번째 사위에 대해 많이 기뻐하시는 만큼, 나는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의 사랑하는 남편에게 최선을 다할 때입니다, 아버지. 당신을 사랑하지만 나의 우선순위는 남편입니다. 죄송하지만요.


기왕에 하기로 한 결혼, 남을 위하기보다 나와 남편을 행복하게 하는 결혼식을 하기로 결심한다. 우리가 좋은대로, 누가 뭐라던 우리가 하고싶은 대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결정하는것은 자기도 다 좋다며 순둥이처럼 따라오는 나의 사랑하는 미래의 남편에게 참 고맙다. 그래, 남에게 검증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둘의 추억을 만들고 또 축복을 받기 위한 결혼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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