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기 전, 단지 가로등이 아직 켜져 있을 때
책상 앞에 앉아 커서를 밀어 넣는다
첫 문단을 끝까지 뽑아 올리고
그때 ‘부지런’ 스티커 하나
등굣길, 횡단보도에서 좌우를 한번 더 살피고
아이들 가방 지퍼를 한 번 더 당긴다
안전 위에 ‘안심’ 스티커 하나
약속 시간 보다 십 분 먼저 도착해
‘신뢰’ 스티커를 조용히 붙인다
엘리베티어 안에서
열림버튼을 누른 채 잠시 선다
말은 남지기 않았지만
내 마음엔 ‘작은 친절 ’ 하나
저녁, 분리수거장에 내려가
테이프를 떼고 상자를 접는다
질서가 쌓이는 소리를 들으며
‘질서’ 스티커를 한 장 더
밤, 책상 앞에서
깜빡이던 커서가 한 문단을 끝낸다
화면을 저장하고 나에게
‘완주’ 스티커를 마지막으로 붙인다
이 표식들은 아무도 보지 못한다
자랑할 일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붙여 두면
내일이 조금 덜 무거워진다